토지초과이득세·기본소득형 토지세 잇따라 발의·예고
“투기·불로소득 막고 재분배 효과”
“재산권 침해, 미실현 이익 과세”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토지 투기로 인한 가격 급등과 불평등을 막자는 토지공개념 성격의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기본소득형 토지세와 토지초과이득세다. 이에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만연한 투기와 불로소득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추진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본소득 토지세(가칭)’ 법안을 곧 발의할 계획이다. 기본소득 토지세는 모든 토지에 토지보유세를 부과하고 그 세수를 토지배당(토지기본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분배하는 제도다. 용 의원은 법안 통과 시 순수혜 가구가 전체의 87.8% 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다. 순수혜 가구란 내는 세금과 받는 배당금을 합쳐 수익이 0원보다 큰 가구를 말한다.
발의 예정인 이 법안은 고가 주택에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대신 민간이 보유한 모든 토지에 종합합산·별도합산·분리과세 등 구분 없이 일괄 과세하는 내용이다. 과세 표준은 공시가격 인별합산 금액으로 하며 세율은 누진세율을 채택하되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과표 구간별 세율은 개인의 경우 10억원 이하 0.8%, 1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1.2%, 100억원 초과 1.5%로 한다. 법인은 각 구간에 0.5%, 0.8%, 1.3%로 한다.
용 의원에 따르면 이 법으로 배당 가능한 토지세액을 연 33조5000억원 확보해 이를 국민 1인당 연 65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 1주택자의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보유 주택 가격이 시가 10억원 이하인 가구는 내는 세금보다 받는 배당금이 크다. 용 의원은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고 기본소득을 분배해 소득 불평등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민주당 윤재갑, 이수진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함께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경기연구원도 비슷한 내용의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고 투기성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9일 토지초과이득세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1990년 시행된 토지공개념 제도의 하나로 1998년 IMF 경제위기 시절 경기 활성화 이유로 폐지됐다.
심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토지초과이득세법 재도입을 통해 땅투기 사전 차단, 부동산 가격 안정화, 공공주택 건설에 필요한 공공택지 확보, 기업의 유휴토지 투명성 강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발의안은 투기성 목적의 개인 토지와 대기업이 고유사업과 무관하게 대규모로 보유한 유휴토지 등을 대상으로 2. 3년마다 정상지가 상승분을 넘어서는 초과이득에 과세하는 내용이다. 3년 전 대비 초과이익 1000만원 이하는 30%, 1000만원 이상은 50% 세율을 적용한다. 토지매각으로 양도세 발생 시 이미 납부한 토지초과이득세를 공제해 이중과세를 방지하는 장치를 담았다.
심 의원은 “토지초과이득세는 유휴토지에서 정상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토지 초과이득을 양도 이전의 보유 단계에서부터 과세함으로써 토지 투기 동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며 “토지가격을 안정화시켜 주택단지, 산업단지 지가 상승을 억제해 부동산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 불로소득 기대 수익이 높은 한국 사회는 개인과 기업의 토지 투기가 만연하다. 상위 1% 가구의 평균주택 보유수는 2008년 3.5채에서 2018년 7채로 두 배 늘었다. 비금융법인들의 총고정형성자본 대비 토지 순구입 비율은 10.9%로 2018년 기준 OECD 주요국 평균 3.5%의 3배 이상이다.
토지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는 소득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토지+자유연구소 따르면 부동산 소득의 불평등 상대기여도는 2013년 10%대 중반에서 2019년 34%로 커졌다.
토지공개념 성격의 토지초과이득세와 기본소득형 토지세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토지초과이득세와 기본소득형 토지세는 사유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수익이 없는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면 결국 토지가 국유화되는 결과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미실현 이익에 과세가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투지와 불로소득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예산으로 사유지를 매입해 그 땅에 영구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토지초과이득세를 다시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본소득을 전제한 국토보유세도 한국에서 시행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반론도 나온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투기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기본소득에 따른 소득 재분배와 소비 진작 효과가 있다”며 “투기와 불로소득으로 인해 집 없는 사람들이 더욱 가난해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지난 1994년 헌재에서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지난 12일 ‘부동산 주택정책전환을 위한 토론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토지초과이득세 납부 이후 지가 하락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 50% 단일 비례, 양도소득세에서 토지초과이득세를 일부만 공제한 것 등이 헌법불합치 판결의 이유였다. 당시 결정문은 “과세 대상인 자본이득의 범 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이득을 포함할 것인가의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 일 뿐, 헌법상 조세 개념에 저촉되거나 모순이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고 했다. 이후 헌법불합치 부분이 수정된 합헌 토초세가 시행됐다. 합헌 토초세도 수차례 위헌심판에 제소됐으나 모두 합헌결정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