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꾸준히 점포수 1등 차지했던 롯데리아, 맘스터치 성장에 밀려
매출 선두권 유지하고 있지만···프리미엄·가성비 내세운 브랜드에 빅3도 불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가성비 버거로 입소문을 타며 성장한 맘스터치가 롯데리아를 제치고 국내 버거 매장수 1위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매장수를 보유했던 롯데리아는 1위 자리를 내줬고, 해외에서도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롯데가 롯데잇츠 편의성을 개선해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는 있지만, 인지도나 경쟁력 모두 경쟁사 대비 약해 롯데리아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맘스터치 매장 수는 1333개로 햄버거 프랜차이즈 1위를 차지했다. 1979년부터 매장수 1위를 기록해온 롯데리아는 올해 들어 3개월간 단 한 개 매장도 출범하지 못한채 1위 자리를 뺏겼다.
현재 국내 햄버거 시장은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 3강 구도로 형성돼 있다. 통상 햄버거 브랜드는 운영하는 매장수로 경쟁한다. 다만 최근 들어 점포수가 뒤바뀌고 있고,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 SPC의 쉐이크쉑 등 버거들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빠른 시일 내 햄버서 시장 빅3 경쟁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만 놓고 보면 롯데리아는 맥도날드 다음으로 높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지난해 매출 68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 이상 감소했다. 영업이익, 당기순익 모두 적자 전환했다. 맥도날드 지난해 매출은 9800억원, 버거킹은 5713억6800만원, 맘스터치는 2853억8200만원이었다.
롯데리아는 점포수, 매출 방면에서 햄버거 브랜드 빅3이긴 하지만, 규모 대비 큰 인지도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롯데리아 폐점률도 2019년 말 기준 11%에 달한다. 이는 국내 프랜차이즈 폐점률(2~5%) 대비 두배 이상 높다. 여기에 롯데GRS는 자사 배달앱 롯데잇츠까지 지난해 내놨지만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롯데잇츠는 롯데리아·엔젤리너스·크리스피크림도넛·TGI프라이데이·빌라드살롯 등 롯데GRS 계열 5개 외식 브랜드의 주문 및 배송을 진행한다. 롯데잇츠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과 달리 롯데 계열사 브랜드만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잇츠가 배송하는 롯데리아, 엔젤리너스 등은 경쟁 배달앱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에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최근 롯데잇츠는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모바일 쿠폰 메뉴 확대, 선물 기능 등을 도입해 온라인 서비스 강화에 나섰지만 롯데잇츠만의 서비스가 없는 상황이라 경쟁력은 론칭 초반에 제공하는 할인쿠폰에 불과하다. 특히 롯데잇츠는 배민, 쿠팡이츠와 달리 제휴업체나 생필품 즉시배달 등에 나설 계획도 현재로서 없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롯데리아의 선호도는 낮은 편이다. 기자가 직접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대부분 ‘맘스터치→버거킹→맥도날드→롯데리아’ 또는 ‘맥도날드→맘스터치→버거킹→롯데리아’ 순 선호도를 보였다.
해외 성적도 암담하다. 롯데GRS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동남아시아 시장과 교류가 사실상 끊기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진행하고 있고, 지난해 초 설립한 베트남 식자재법인도 제대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접을 위기에 처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적자가 심해지자 구조조정에 나섰다. 롯데GRS는 지난해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실적 악화로 시니어 전체와 근속 12년 차 이상 매니저, 15년차 이상 일반사원들을 대상으로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성비 등을 내세운 버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패스트푸드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롯데리아가 특색있는 서비스,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버거 3강 체제는 언제든 깨질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