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 미술품 등 유산 사회 환원 계획 발표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 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3000억원 지원키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사진=삼성전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삼성가(家)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산 상속세 납부 계획과 함께 감염병 대응 등에 1조원을 기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회 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28일 삼성에 따르면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유족들이 납부할 상속세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정부 총 상속세 세입 규모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재계 관측대로 유족들은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하기로 했다. 상속세 분납은 상속세 규모가 클 경우 취할 수 있는 납부 방식이다. 구광모 LG회장 등 LG일가 역시 고(故) 구본무 회장 주식을 상속받고 분할납부하기로 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도 최대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키로 한 이 회장 유족들은 국가 감염병 대응 등에 쓰라며 별도의 사회 환원 계획도 발표했다.

우선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 받는 가운데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쓰라며 7000억원을 내놨다.

이 중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된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와 150병상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유족들은 또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렸으나 비싼 치료비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향후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및 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키로 했더.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된다.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 미술품들은 국립기관에 기증키로 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고미술품 2만 1600여점을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다. 또 작가들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키로 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 서양미술 작품도 기증키로 했다.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건희 회장은 생전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유족들은 이같은 고인의 뜻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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