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회복 상당기간 난관 전망
전문가들 “직접일자리 개선·확대, 일자리 보장제 필요”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소득이 줄어든 청년들에 대한 고용 대책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기업들 고용 여력이 부족한 만큼 정부가 직접일자리 개선·확대, 일자리 보장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가상화폐 투자열풍과 청년들의 고용난이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취업자 수는 376만300명으로 전년보다 18만3000명 줄었다. 청년실업률은 9.0%로 전년대비 0.1%포인트 올랐고,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2%포인트 증가했다.
청년층 구직단념자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 3월 기준 29세 이하 청년 가운데 구직잔념자는 22만6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작년 2월 19만명보다 3만6000명 늘었다. 2013년 대비 2020년 청년 취업자 비중은 정규직에서 가장 많이 하락했다. 청년층 취업자 비중 감소 산업 역시 정규직에서 가장 많았다.
이에 청년들 상당수는 자신들을 코로나19 세대라고 인식하고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 8일 20∼30대 2171명을 대상으로 ‘스스로 코로나19 세대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79%)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구직자들은 자신을 코로나19세대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55.8%(복수응답)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을 못 하고 있어서’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청년층 고용 회복이 부진할 것이라며 청년 대상 직접일자리 사업 등 정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내후년까지는 청년층의 고용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특수 상황에서 정부가 청년들의 일자리 버팀목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은 “녹색일자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녹색금융과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정부 투자를 늘려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또한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색일자리로 갈 수 있는 교육 훈련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이날 경사노위에서 열린 ‘코로나19, 청년고용 대책 진단 및 제언 토론회에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20대는 조금 상황이 나아졌지만 경제활동의 주축인 30대 고용에는 적신호가 여전하다”며 “또한 서비스종사자와 판매종사자는 각각 21만명, 20만명 줄었고, 단순노무종사자가 40만8000명 늘었다. 단순노무종사자 증가는 고령층 28만명 증가와 청년층 8만9000명 증가에 의해 일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일자리 보장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희정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 대표는 “코로나19로 민간 기업의 채용시장이 한동안 계속 얼어붙을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공공인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원하는 이에게 지속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향을 잡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일자리보장제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자리보장제는 정부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생활임금 수준으로 고용을 책임지는 제도다.
지난해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일자리를 시장시스템에만 맡겨서는 원하는 사람에게 지속적 일자리를 보장할수 없기 때문에 완전고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주된 책임”이라며 “청년일자리 보장제를 통해 과감한 일자리, 교육훈련, 실습 보장이 포함된 실질적 청년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코로나 특이 상황에서 기업은 이윤을 위해 고용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간다.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고 바뀌지 않는다”며 “정부가 당분간 적지 않은 수준에서 직접 일자리를 적극 만드는 것을 회피해선 안된다. 소액의 소득보장으로 살기 어려운 현재 고용 상황에서 일자리 보장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난이 최근 가상화폐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영민 사무처장은 “청년들은 취업이 안 되고 비트코인 등으로 돈을 쉽게 버는 현실에서 노동을 통해 삶을 일궈 간다는 것은 의미기 없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입사하기 어려운 일자리의 수입을 클릭 몇 번으로 얻을 수 있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용공고도 나지 않는 지금 상황은 의욕을 잃게 만든다”고 했다.
김병권 소장은 “가상화폐 투자 열풍과 청년 고용난이 무관하지 않다”며 “고용시장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들이 자산 투기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청년들의 행동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고 언급했다.
김종진 소장은 "고용난으로 인한 청년들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근로 의욕을 잃고, 기업들도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