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커뮤니케이션본부 신설···여·야 보좌관 출신 대관임원도 중용
국회 환노위發 당면위기 일정수준 극복···대선 대비 목적에 무게
2000년 민영화 이후···대통령 교체되면 포스코 회장 사퇴역사 반복

최정우 포스코 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정우 포스코 회장.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포스코가 커뮤니케이션본부를 신설한 가운데, 업계는 물론이고 정계로부터도 주목받는 모습이다. 사실상 대관라인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국회 내에 상쇄함에 따라 대관조직 강화 필요성이 개편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힘을 얻는다.

포스코 커뮤니케이션본부는 26일 출범했다. 커뮤니케이션본부는 경영지원본부 산하 커뮤니케이션·정책지원실이 통합·확장된 곳이다. 기존 커뮤니케이션실은 대외홍보 업무를 맡아 왔으며 경영지원본부는 대관업무를 관장하던 부서다. 개편과 더불어 인재영입도 단행됐다. 본지 보도(포스코, 정치권 출신 영입나서···대관라인 강화 포석)로 여권과 야권에서 잔뼈 굵은 보좌관 출신 2명이 커뮤니케이션본부 상무보로 이동키로 한 사실이 알려졌다.

여권 출신 박아무개 상무보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 캠프상황실장을 맡았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 대외협력보좌관을 지냈다. 야권 출신 이아무개 상무보는 친박신당 홍문종 당대표 보좌관 출신이다.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새보협) 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야권 내부에서 명망 있던 인물이다.

공석인 커뮤니케이션본부장도 대기업 대관업무를 주로 맡아온 외부인재 영입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두 부서가 통합해 하나의 본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대관담당 임원이 대거 중용되는 셈이다. 여·야 고르게 한 명씩 영입한 데 이어, 대기업 대관업무 임원 영입이 유력하다고 알려지면서, 이번 개편이 대관라인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포스코가 대관에 힘을 싣는 이유로 업계는 국회를 꼽는다. 최근 수개월 간 포스코는 국회로부터 연일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연말 포항MBC 특집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가 방영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포스코의 직업병 문제가 공론화됐고, 집단 산재신청이 줄을 이었다. 급기야 2월 환경노동위원회 산재청문회에 최정우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

최 회장은 허리지병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아야 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차치하더라도, 사유마저 불성실하다는 이유였다. 환노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청문회에 조선사·건설사 임원들의 참석도 요구됐지만, 포스코 산재실태가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해 최 회장의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여야 의원들이 공감했다”면서 “(최 회장도)인지했기 때문에 기피하려 했을 것이다”고 평했다.

여야 의원들이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상태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최 회장은 맹공 대상이었다. 청문회를 마친 뒤 포스코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가 실시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환노위 내부서 모아졌다. 당초 지난 22일 시찰을 마친 뒤 포스코 환경청문회 일정이 계획될 예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해 시찰이 잠정 연기됐으며, 포스코 환경청문회 개최논의도 중단됐다.

의원실 관계자는 “시찰이 취소된 표면적 이유는 코로나19지만, 일부 의원들이 변심해 시찰과 청문회 논의가 중단됐다”고 귀띔했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변심의 과정에서 기존 포스코 대관조직의 노력이 뒷받침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동시에 이를 이유로, 단순히 당면과제 해결만을 위해 포스코가 대관조직을 강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대비하기 위함이란 분석도 나온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사의를 표할 때마다 정치권과의 불화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그간 포스코는 각 회장들과 관련해 “정치권 등의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박태준 초대회장 때부터 이 같은 경향은 줄곧 지속됐다. 2000년 9월 민영화 이후에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했다.

대통령이 교체되면 으레 포스코 회장이 사임하고 새 인물이 등용됐다.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참여정부시절 회장직에 오른 뒤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절 사의했다.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연임에 성공했으나, 외압논란과 함께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정준양 전 회장도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뒤이어 취임한 권 전 회장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교체설에 시달리다 자진해 물러났다. 최 회장은 권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정기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됐다. 앞선 회장들의 전철을 살펴보면 새 대통령이 취임 후인 내년 하반기부터 최 회장이 잔여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 회장 임기는 2024년 3월 까지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조직개편과 내년 대선을 결부 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당면한 과제가 일정수준 해소된 상황에서 대관을 강화하는 행보이기 때문에 추후를 대비하기 위함이란 뜻이다. 대통령 교체 이후에도 외압 없는 회장교체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관조직을 강화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포스코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영입 및 커뮤니케이션본부 신설과 관련해 조직개편의 일환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커뮤니케이션본부 신설과 함께 포스코는 일부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경영지원본부장 정창화 부사장이 신성장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양원준 기업시민실장이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게 된다. 양 실장 빈자리는 천성현 상무보가 채운다.

한편, 차기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 9일 치러진다. 신임 대통령의 임기는 5월 9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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