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연내 코나N·아반떼N 출시하며 N브랜드 확장···가성비 뛰어난 고급·고성능차 통해 신규 고객층 발굴
포화 상태 이른 자동차 시장서 고수익 모델 늘려 실적 개선 전략 풀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N’ 브랜드 라인업을 늘리며 본격적으로 고성능 시장에 뛰어든다.
현대차그룹은 전세계적으로 대중차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전기차 ‘아이오닉5·EV6’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갔다.
올해에는 기존에 약점으로 지목됐던 고성능차 시장까지 진출하며,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설 방침이다. 세계 5위권의 탄탄한 양산차 판매량과 함께, 전기차·고급·고성능차 시장을 아우르는 글로벌 선두 자동차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현대차는 고성능 N 브랜드 최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N’을 공개했다.
코나N은 2.0ℓ터보 엔진과 8단 습식 듀얼클러치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0kg·m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40km/h이며,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5초다.
이와 함께 고성능 특화 기능인 ▲N 그린 쉬프트(NGS) ▲N 파워 쉬프트(NPS) ▲N 트랙 센스 쉬프트(NTS) ▲능동 가변 배기 시스템 ▲런치 컨트롤 등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해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N브랜드는 2017년 ‘i30N’, 2018년 ‘벨로스터N’을 출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유럽 등 해외에서 i20N을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국내와 북미·유럽에 코나N과 아반떼N을 출시할 계획이다.
N브랜드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i30N과 i30 패스트백N은 2018년과 2019년 연속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 스포츠카’의 ‘올해의 스포츠카’로 선정됐다. 벨로스터N은 2019년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로드앤 트랙’이 선정한 ‘올해의 퍼포먼스카’에 오르며 포르쉐911, 람보르기니 우르칸 등을 제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호평 속에 현대차 N 브랜드는 첫 모델 출시 이후 올해 3월까지 총 4만963대를 판매했다.
◇ 가성비의 고급·고성능차?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시장에 대한 열망은 2014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당시 현대차는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을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2018년에는 고성능 사업부를 신설하고 BMW 고성능 브랜드 M의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던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영입했다. 같은 해 비어만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는 N브랜드를 통해 벤츠 ‘AMG’, BMW ‘M’ 등 고성능 브랜드들과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고성능 차의 경우 가격이 수억원대를 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현대차는 가격대를 낮춘 고성능 차를 출시하면서 ‘속도’와 ‘운전하는 재미’를 원하는 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포르쉐, 람보르기니와 같은 초고성능급은 아니지만, 충분히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성능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이같은 전략은 고급차 시장에서 이미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제네시스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벤츠, BMW, 아우디 등을 제치고 고급 브랜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독일3사 차량에 대한 프리미엄 이미지와 현대차에 대한 저평가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작년 제네시스 판매는 10만8384대로 벤츠(7만6879대), BMW(5만8393대), 아우디(2만5513대)와 격차를 벌렸다.
제네시스는 독일 3사급의 성능과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갖추고 가격대는 낮췄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7000만~1억원대인데 비해 제네시스 G80은 5000만~7000만원대다.
현대차가 고급·고성능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도 있으나, 수익성 개선 문제와도 연결된다.
자동차 조사기관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2017년 9520만대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8000만대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수익 모델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몇 년간 SUV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익 개선에 힘썼으며, 향후에는 제네시스, 전기차, N브랜드 등을 통해 실적 향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