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자 797명, 106일 만에 최다···손영래 “실효성 있는 조치로 통제하면 정체”
감염병 전문가 “말만 하지 말고 실행하라, ‘-α’ 역주행” 비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00명에 육박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보다 효율적 방역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부분 감염병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격상이 현실적 방법이라는데 공감했다.
2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97명이다. 이중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758명이다. 해외유입 사례는 39명이 확인됐다. 총 누적 확진자 수는 11만7458명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직전일(735명)에 비해 62명 증가했다. 이는 3차 유행이 정점(지난해 12월 25일, 1240명)을 찍고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지난 1월 7일(869명) 이후 106일 만의 최다 기록이다.
최근 코로나19 발생 상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본격화한 3차 유행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4차 유행이 시작된 양상이다. 지난 8일(700명)과 14일(731명)을 포함, 이달에만 700명대 확진자가 5번 나왔다. 이달 17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일간 일별 신규 확진자는 658명→671명→532명→549명→731명→735명→797명이다. 이 기간 500명대와 600명대가 각 2번, 700명대가 3번이다. 1주간 하루 평균 667.6명꼴로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640.6명이다. 2.5단계 기준(전국 400∼500명 이상 등)을 뛰어넘었다.
이같은 상황에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억제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 “현재 확진자 증가 양상이 점진적 상황이라 방역을 실효성 있게 강화하면 정체 국면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손 반장은 “사회적 피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단계 격상 조치를 통해 유행을 통제하기보다는 ‘조금 더 실효성 있는 조치를 정밀하게 만들어 통제해 나가면 (확진자 수가) 정체될 수 있지 않나’ 하면서 방역 관리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별로 입장은 다소 달랐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며 방역조치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 우선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보다 효율적 방역 조치가) 있으면 진작 했어야 했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천 교수는 “예컨대 대중이용시설별로 방역수칙 위반 시 엄중하게 처벌을 강화한다든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항체치료제 적용대상 완화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자가검사가 가능한 항원방식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에 대해 조건부로 품목허가를 줬다. 그는 “항체치료제의 경우 병원에 없고 의료진도 인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개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3종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온 상태에서 최선책은 사람들 간 봉쇄지만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낮다”며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말만 하지 말고 고민을 실행하라”고 요청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못 깨닫고 있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으면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영업시간 단축 등에 영향을 받아 체감하게 된다”며 “(1000명에 도달하기 전) 정부는 눈에 보이는 행동을 동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나 식당 영업시간 9시 단축, 전국 유흥업소 집합금지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며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현 시점에서 실효성 있는 방역조치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이른바 ‘+α’라는 부가적 조치를 시행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α’라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행정을 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보다 더 실효성 있는 조치는 없다”며 “현재로는 격상 밖에 없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엄 교수는 “기본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접촉하면 유행이 증가하는데 접촉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거리두기 격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만약) 다른 방법이 있으면 (정부는)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매주 신규 확진자가 적게는 30-40명, 많게는 50-60명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오는 5월 중순 쯤에는 1000명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손 반장 언급을 듣고 실소부터 터뜨리는 이유를 정부는 알지 모르겠다”며 “이같은 추세면 내년까지 코로나19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