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제품 홍보방식,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소비자 수준에 발맞출 필요성 대두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근 과장된 광고와 관련해 관계 당국이 잇달아 철퇴를 내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제품 홍보와 관련해 보다 엄격한 사회적 잣대가 적용되고 있어 기업들의 경각심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15일 남양유업 불가리스 제품 코로나19 억제효과 발표와 관련, 남양유업 행정처분을 지자체에 의뢰하고 경찰에 고발할 계획임을 밝혔다. 식품 효능 등과 관련한 허위 광고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아닌 식약처가 담당한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이달 13일 있었던 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를 냈다고 발언했다. 식약처는 해당 연구와 심포지엄에 남양유업이 적극 개입했단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실험은 동물, 사람 등 임상시험결과가 아닌 것을 발표한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불가리스를 마셔서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부었더니 항바이러스효과가 있었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혐의를 적용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심포지엄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자료를 배포했고, 연구비 및 심포지엄 행사비를 지원했고, 유산균 자체가 아닌 특정 상품을 효과가 있다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해 식품표시광고법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한국거래소 역시 남양유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식약처와 별도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특히 미공개 정보 이용 및 부정거래행위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보도가 나간 이후 남양유업 주가는 치솟았고 일부 편의점에서 불가리스가 동나는 사태까지 일어났지만, 발표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식약처가 남양유업 고발 결정을 발표한 지 5일 후인 20일엔 공정위가 LG전자가 의류건조기 제품을 거짓, 과장광고 했다며 과징금 3억90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건조기가 건조 시마다 자동으로 세척해 따로 콘덴서를 청소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광고한 것이 문제였다.
과장 및 거짓 광고는 법적 처벌과 별개로 소비자들로부터 ‘사회적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엔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접근성 및 공유가 쉬워지고 있어 과장 광고를 할 경우 더욱 거센 역풍을 받게 된다. 제품 및 광고에 대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나아가 패러디하기까지 한다.
LG전자 건조기에 대한 과징금 조치의 시작은 소비자들이 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고 공정위에 신고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LG건조기 소비자들은 이와 별도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건조기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삼성전자와 건조기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어떻게 소비자 신뢰를 놓치지 않을지 주목된다.
불가리스 사태로 남양유업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세종시로부터 세종 공장 2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것도 문제지만 소비자발 역풍이 더 문제다. 일각에선 불매운동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벌써부터 경쟁기업들이 그 수혜를 보지 않겠냐는 개미투자자들의 분석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엔 대리점 갑질 논란을 빚는 등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세상이 바뀌며 과장 광고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분위기를 고려해 기업들도 효과 광고 등과 관련해 과욕을 부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LG전자 건조기 광고행위를 제재한 문종숙 소비자정책국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LG전자 건조기는 맘카페 등에서 문제가 불거져 수 백 명이 신고를 해서 조사까지 이뤄지게 된 사례”라며 “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좋은 환경이 되면서 더 이상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허위광고 문제 등을 조용히 넘어가지 않는 풍토가 조성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