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확보 절실한 총수들···이재용은 법정에 정의선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SK·LG 인적분할 실시···SKT 분할에 업계 ‘기대감’ LX그룹 탄생에는 잡음 솔솔

지난해 신년회 당시 한 테이블에 둘러 앉은 4대그룹 총수.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연합뉴스
4대그룹 총수.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이슈에 에워 쌓인 모습이다. 구체적 방향성은 상이하다. 온도차 또한 상당하다.

삼성은 오너 지배력 약화 위기에 내몰린 상태며, LG는 계열분리 과정에서 공공기관과 얼굴을 붉히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정의선 회장 중심의 지배력개편과 사업·투자 등의 효율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업계와 시장의 기대감을 받고 있다.

◇ 삼성-현대차, 오너 지배력 확보 과제 난이도 ‘상이’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2015년 실시된 삼성물산(舊)과 제일모직의 불법합병 의혹과 관련된 재판이 금주부터 실시된다. 오는 22일 치러지는 합병재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회사 관계자 10여명이 법정에 설 예정이다. 앞서 두 차례의 공판 준비기일 끝에 열리는 첫 번째 정식재판으로 피고인에 출석 의무가 요구되는 재판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형태였다. 합병 후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오늘날 건설·상사·패션·리조트 부문을 거느린 삼성물산은 2015년까지 존속해 온 삼성물산을 흡수한 제일모직의 후신이다.

검찰은 해당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을 이끌어내기 위해 거짓 정보와 허위 호재를 주식시장에 공표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이 같은 진행과정을 보고받고 주요 사안들을 직접 승인하는 등 범죄행위에 깊숙이 개입됐을 것으로 여겨 지난해 9월 기소했다.

제일모직은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舊) 합병으로 탄생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을 흡수한 뒤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삼성에버랜드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반복적인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성 지배력은 그룹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중요하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대주주다. 합병이 거듭되면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확보된 셈인데, 이 과정에서 불법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 형을 확정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불구속 이전 구치소 복역기간을 제외한 18개월의 수감생활을 지내야 한다. 내년 7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취업제한 적용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당시 합병이 적법함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그룹 경영 및 지배력 확보 등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확보한 지배력의 온당성이 위협받는 이 부회장과 달리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본인 중심의 지배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동시에 차세대 모빌리티 중심으로의 개편에 서두르고 있다. 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추진되면서,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정 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그룹 총수직을 물려받았지만 현대차그룹 지배력은 여전히 정 명예회장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구조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핵심 고리를 포함한 4대 출자 고리를 바탕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양상이다. 핵심 고리 중 한 곳 이상의 지배력이 그룹 전체 장악력과 직결된다.

당국이 지주사 전환을 유도하고 있어 과거 추진됐던 현대모비스가 정점에 올라서고 현대차·기아 등 계열사를 거느리는 개편도 동시에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및 최근 단행된 현대오토에버 중심의 소프트웨어 계열사 합병 등 그룹의 미래와 정 회장 지배력 확보가 동시에 이뤄질 것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 인적분할 실시 SK는 ‘기대감’ LG는 ‘잡음’

SK그룹은 SK텔레콤(SKT)을 인적분할해 중간지주사를 설립한다. 존속법인 SKT가 유무선 통신회사를 거느리고 신설법인이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을 보유할 계획이다. SK 측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업계서는 신설법인이 지주사 ㈜SK와 합병할 것으로 예측한다. ㈜SK가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시키기 위함이란 이유에서다.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M&A를 진행할 때 인수 대상 기업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주도의 투자가 쉽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SKT 역시 SK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SKT 인적분할과 추후 기대되는 합병 등을 통해 SK그룹의 반도체 관련 투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LG의 인적분할을 예고한 LG그룹은 잡음에 휩싸였다. 지난달 26일 ㈜LG 주총에서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등 4개 자회사 출자부문을 분리해 신설 지주사 설립계획이 의결됐다. 신설지주사는 ㈜LX홀딩스로 추후 구본준 LG 고문이 계열분리 할 업체다. LX그룹 탄생과 고(故) 구본무 회장 형제들의 계열분리 마지막 단추로 평가된다.

LG그룹은 장자중심의 승계를 고수했다. 총수의 형제들이 경영에 참여하다가도, 조카가 경영권을 물려받을 경우 그룹 일부를 떼 독자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는 방식을 고수했다. 구본무 회장 재임시절 ‘2인자’라는 평을 얻었던 구 고문도 구광모 LG 회장의 취임 후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LX그룹 출범은 구 회장의 승계 마지막 단추로 여겨진다.

문제는 사명이었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가 ‘LX’ 브랜드 사용에 제동을 걸었다. ㈜LG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으며, 추후 LX홀딩스가 탄생할 경우 이를 상대로 법적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LG 측은 “영위하는 사업이 달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LX공사는 “만약 공공기관이 LG그룹과 전혀 다른 분야의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면서 ‘LG’란 명칭을 사용하게 될 경우 LG 측에서 가만히 있을지 의문이다”고 반박하며 이견을 드러냈다.

한편, 쟁송이 예상되는 양측 법정공방 시발점이 될 LX홀딩스 출범일은 내달 1일이다. LX홀딩스는 구 회장과 구 고문의 지분정리가 마치기 전까지 LG그룹의 계열사로 존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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