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배터리 소송 합의 후 실적 성장 스토리 높게 평가
글로벌 경쟁사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에 공매도 가능성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상반된 시각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전 종식 이후 목표가를 상향하는 증권사 분석 보고서들이 연이어 나오는 한편 글로벌 경쟁사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과 수익률에 따라 공매도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목표주가 최대 40만원···소송전 불확실성 제거 주가에 날개 전망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 주가 상향 보고서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사운이 걸렸던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지난 11일 SK이노베이션의 합의금 2조원 지급으로 최종 합의된 이후 SK이노베이션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망이 많아진 것이다.
실제 KB증권은 이날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0.3% 올린 37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 12일 각각의 기존 목표주가인 32만6000원, 38만을 40만원으로 높였는데 이는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SK이노베이션의 전날 종가가 27만6500인 점을 감안하면 44.6% 상승 여력이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이후만 하더라도 목표주가가 줄줄이 하향됐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를 기존 33만5000원에서 30만원으로 낮춘바 있다. BNK투자증권 역시 LG화학과 합의 소식이 있기 전인 이달 5일 보고서에서 기존 39만원에서 35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그러다 불확실성 요인이었던 LG화학과 배터리 소송이 양사 간 합의로 종결되자 성장 전망을 밝게 조명한 것이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대신증권은 당시 보고서에서 “소송에 따른 미국 내 배터리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배터리 사업 가치의 극단적인 디스카운트(할인) 역시 해소되며 가파른 주가 상승을 예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연간 매출 증권사 컨센서스는 43조5349억원으로 지난해 34조1645억원 대비 27.4% 증가할 것으로 봤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5688억원 적자에서 1조1230억원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순이익은 7072억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 추정 주가수익비율(PER)은 35배 수준이다.
◇ 공매도 가능 순위도 높다?···향후 주가 움직임 주목
하지만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을 두고 공매도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는 평가도 나와 눈길을 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종목에 대해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공매도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예상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SK이노베이션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 시총 16위인 SK이노베이션은 코스피200에 포함되는 종목이다.
공교롭게도 KB증권에서 이 같은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KB증권은 이날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높인 보고서가 나온 증권사다. 이날 KB증권에서 나온 ‘공매도 재개 2주 전, 미리보는 숏리스트’라는 보고서는 “단순히 주가가 오른 것이 아닌 밸류에이션도 또래 기업 보다 높다면 공매도 입장에서 더 눈에 띌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 전 대차잔고 비중이 상위 30% 이내 종목을 스크린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을 국내외 또래기업 보다 밸류에이션과 수익률이 높은 종목이라고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개월 수익률은 14%로 미국 엑손모빌(-7.5%),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0.8%), 핀란드 네스테(-10.08%) 등 글로벌 경쟁 기업이 이 기간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연간 컨센서스 기준 PER도 경쟁 기업보다 높았는데, KB증권이 추정한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예상 PER은 36.4배로 엑손모빌(18.6배), 아람코(21배) 등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KB증권은 이에 대해 투자의견이 아닌 계량 분석에 따른 단순 참고용이라고 밝혔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보고서와 공매도 타깃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동시에 나오면서 향후 주가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매수세가 더 강하다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의 밸류에이션 보다 미래 성장성이 더 부각될 경우엔 공매도 역시 약화될 수 있다”며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우려가 큰데 개별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매도 재개 이슈는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