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추천 관측, 건보공단 임기 종료 앞두고 거취 고민···류근혁·김현준·강준과 친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실장에서 물러나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 감사만 역임하며 재야에 있던 이태한 전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에 그동안 이 전 실장과 친분이 있거나 또는 불편한 관계에 있던 복지부 인사들이 주목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에 이태한 건보공단 상임감사를, 정무수석에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하는 등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단행했다.
신임 이태한 수석은 1958년생이다. 전북 정읍 출신인 그는 서울 경복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보스톤대 정보관리학 석사, 차의과대학 보건학 박사 코스를 밟았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행정관료다. 이 감사가 청와대 사회수석에 발탁될 것이란 소문은 지난 16일 오전부터 복지부에서 확산됐다. 일부 복지부 인사는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이날 오후 2시 공식 발표가 나오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이 수석은 행시 합격 전 영업사원을 경험하는 등 일반 회사에서도 근무를 했다. 행시 합격에 이어 복지부에 배치 받은 후 당시 관행대로 지방 근무부터 시작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굴곡이 심했다. 정부 초기에는 사찰을 받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복지정책관에 이어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파견되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
청와대에서 복귀한 후에는 보건의료정책관과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인구정책실장으로 근무했다. 이어 이 수석은 지난 2015년 8월 전격적으로 복지부에서 사직했다. 당시 그의 사직 시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관가에 복귀한 것은 지난 2018년 5월이었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그를 감사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은 “이 수석은 오는 5월 건보공단 감사 임기 종료를 앞두고 거취를 고민해왔다”며 “김 이사장이 마지막으로 이 수석을 챙겨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예상을 뒤집고 이 수석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사회수석에 임명됨에 따라 그와 평소 친분이 있던 복지부 인사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우선 김현준 의료보장심의관이 손꼽힌다. 당초 김 심의관은 이 수석 계보에 속해있었다. 과거 복지부에 인사과가 없던 시절 이 수석은 총무과에서 인사 담당 사무관을 역임한 적이 있다. 이후에도 복지부 인사에 관심이 많았던 이 수석은 김현준 인사과장 임명에도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지난 2015년 8월 이 수석이 복지부를 떠난 이후 당시 김 과장은 이 수석 취업 자리를 구해주지 못해 거리가 멀어졌다. 이 수석이 건보공단에 부임한 이후에는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관계가 복원됐다.
강준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과 변효순 복지부 아동권리과장, 양정석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팀장 등 복지부와 청와대 전북인맥은 이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맞춰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전북인맥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이 수석이 복지부에서 근무할 때 강준 당시 사무관과 밀접한 관계였다”면서 “강 행정관은 전북 출신 권덕철 장관, 이 수석, 김원종 전 복지정책관 등과 개별 라인을 갖고 있는 핵심인사”라고 전했다. 전북인맥은 아니지만 류근혁 청와대 사회수석실 사회정책비서관과는 복지부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여서 이 수석이 편하게 업무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 수석은 건보공단에 복귀한 후 노홍인 당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행시 37회)에 섭섭함을 갖고 있었다. 이 수석이 복지부를 사직했을 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노 전 실장이다. 그가 공단에 근무할 당시 건보국장과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일했던 노 전 실장은 행시 선배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복수의 소식통은 “인품이 훌륭한 권 장관도 복지부 차관에서 물러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본인을 예우하지 않았던 모 국장에 섭섭함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료들은 권력을 잃고 물러난 선후배에게 전화나 카톡, 문자를 보내 관심 있다는 표현을 수시로 해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