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문제·위헌 논란으로 무산 분위기···최근 與 초선의원 성명 내며 논의 촉구
야당도 필요성 공감하나 기재부는 난색···재정 상황 판단이 도입 여부 가를 듯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최승재, 김성원, 윤영석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최승재, 김성원, 윤영석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손실보상제 입법 논의가 활기를 띄는 가운데 법안에 기존 영업 손실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담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간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여당에서 소급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가운데 정부 곳간을 책임 진 기획재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변수라는 관측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손실보상법에 소급 적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손실보상제 소급적용 문제는 그간 기재부에서 재정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국회에서도 위헌 논란이 제기되며 논의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4·7 재보궐선거 이후 여당 내에서 소급 적용 필요성을 재차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손실보상제는 정부의 행정 작용으로 인해 개인이 받은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이다. 코로나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짐에 따라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현재 국회에는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발의안 내용을 보면, 국가의 감염병 예방조치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중 집합금지 업종은 손실매출액 7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보상토록 하고 있다. 또 손실보상금은 소급해 보상한다고 적시했다.

민 의원이 처음 법안을 내놓았을 때 여당에서는 당론처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비쳤고, 야당에서도 좋은 반응을 내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재부 등 정부 부처와 논의를 거치면서 보상기준과 소급적용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이 노출,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해 왔다. 

민 의원은 “최근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인 상황에서 손실보상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법안 발의 후 해외 사례나 예산 등에 대한 자료를 더 살펴봤고 수차례 토론회도 가졌는데 끝까지 소급 적용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소급 적용을 결정한다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비슷한 입장이라 입법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이 수용, 사용, 제한됐다면 법률로서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내용이기에 손실보상은 해야만 하는 사안”이라며 “행정명령을 받은 업주에게 손해배상을 하는게 먼저인데 재난지원금이란 이름으로 돈을 엉뚱한 데 먼저썼다”고 말했다. 보상을 해야 할 사람에게 보상을 안 했다는 비판이다. 

최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코로나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며 “강제조치를 당한 사람이 지원에 있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게 문을 닫게 해서 매출이 떨어진 것은 개연성이 있지만 문을 닫지 않고 직장에 다닌 사람들이 손해를 봤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정부 재정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점이 변수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우리나라가 인구 감소로 인한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국가부채 해결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도 손실보상법 재원은 예비비나 추경 등 정부 재정보다는 별도 기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기금으로도 재원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워 노란우산공제 활성화 등 민간이 개입하는 형태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기재부는 재정 위기론에는 선을 긋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재정 상황이 심각하다는 취지의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국가 채무가 증가 속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아직은 양호한 상황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다만 민생안정과 재정안정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안정을 이유로 민생이 도탄에 빠지는 걸 그대로 둘 수 있냐는 지적이다.

민 의원은 “평상시라면 재정안정이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각국이 전시에 준하는 위기라고 하고 우리도 경제가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정부 각 부처가 자기 영역의 얘기만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며 “재정을 도외시 하자는 것이 아니다. 소급적용을 하더라도 어디까지 할 지, 손실의 몇 프로를 보상할 지에 대해서는 재정당국과 긴밀하게 상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재정 안정보다 민생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의원은 “코로나로 영업제한을 당한 업소들의 매출 하락폭이 약 2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며 “이 금액을 전부 해결하라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압박 운운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은 재정건전성 관련법이 있어 소급 보상한 게 아니다. 특히 일본은 거꾸로 행정명령을 강제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했는데도 충분히 보상했다”며 “정부가 이런식으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국가 시책을 따르겠나. 아무도 협조를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컸기 때문에 소급해서 손실보상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재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손실보상과 소급적용 범위에 따라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재정당국의 상황을 듣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이어 “어느 정도 보상을 해야 의미가 있을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소급적용을 하더라도 보상 규모 자체가 적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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