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텔레콤·하이브·F&F 등 지배구조 개편 나서
세제혜택 일몰에 관련법 깐깐해져 지배구조 이슈 계속 나올 듯
기존 주주에 불리한 의사결정 나올 수 있어 관심 가져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LG와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그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실익이 갈리는 경우가 나올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내년 지주사 전환 세제 혜택 일몰과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이 까다로워지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지배구조 관련 재료가 계속 나올 것으로 전망 돼 투자자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표=이다인 디자이너.
표=이다인 디자이너.

◇ 홀로서기 나서는 구본준 고문···LG, LX로 인적분할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 주가는 전날 대비 4.43% 오른 10만6000원으로 시작해 장중 14.29% 오른 11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LG는 지난달 24일까지만 하더라도 장중 8만4900원에 거래된 종목이었는데, 최근 들어서 주가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LG 주가가 이처럼 상승세를 보인 배경에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는 지난달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 자회사를 계열 분리해 LX홀딩스라는 신설 지주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통과시켰다. LG그룹의 경영권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승계하자 숙부인 구본준 고문이 떠나는 수순으로, LG는 구 회장이 이끄는 지주사 LG와 구 고문이 이끄는 LX홀딩스로 재편된다. 

분할 방식은 인적분할로 분할비율은 0.912(LG) 대 0.088(LX홀딩스)이다. 기존 LG 주주는 LG 주식과 LX홀딩스 주식을 모두 갖게 된다. 예컨대 LG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는 LG 주식 91주, LX홀딩스 주식 44주를 받는다. LX홀딩스의 경우 1주당 0.088주를 받아야 하지만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액면분할 하면서 0.44주를 받게 된다. 신설되는 지주사 LG와 LX홀딩스의 성장성에 높은 평가를 한 주주의 경우 이번 계열 분리가 기회가 되는 셈이다. 

◇ 기업 가치 선명하게···SK텔레콤 인적분할 나서

SK텔레콤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전날 SK텔레콤은 공시를 통해 회사를 ▲통신 사업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할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존속회사)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에 집중할 ‘ICT투자전문회사’(신설회사) 등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와 성장 가속화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있기 전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 변화였다.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인 SK의 손자회사로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면 그 회사 주식 100%를 소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M&A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적분할에선 SK그룹 지배구조가 기존 ‘SK㈜→SK텔레콤→SK하이닉스’에서 ‘SK㈜→SKT투자전문회사→SK하이닉스’로 바뀌면서 SK하이닉스의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대신 ICT 투자전문회사가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어 기존보다 반도체 사업 투자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극도의 저평가 상황을 해소하는 첫 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한다”며 “통신 부문은 5조원대 안정적인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와 연환산(분기배당으로 전환) 4%의 매력적인 배당수익률로 주주가치 제고하는 한편 25조8000억원에 달하는 지분가치에 대한 합리적 시장평가가 기대 되는 투자 부문은 반도체, 온라인쇼핑, 모빌리티서비스, 콘텐츠플랫폼 등 고성장을 통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 빅히트는 물적분할, F&F는 인적분할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상장했다 사명을 변경한 하이브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음반·레이블 부문을 물적분할해 ‘빅히트뮤직(BIGHIT MUSIC)’ 신설에 나선 것이다. 하이브가 모회사가 되고 빅히트 뮤직은 자회사가 되는 식이다. 분할 후 하이브에는 전사 경영지원과 부동산 임대 사업 부문이 남는다.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빅히트뮤직의 주식을 받지 못한다. 이에 이번 물적분할에 대해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신설법인인 빅히트뮤직이 담당하는 음반·레이블 부문은 빅히트 연간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인 까닭이다. 모회사인 하이브가 빅히트뮤직의 실적을 공유할 수 있다고는 하나 향후 빅히트뮤직이 상장에 나서거나 증자에 나설 경우 하이브의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LG화학 내 배터리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신설된 것과 유사하다. 첫 발표 이후엔 LG화학 주가가 내림세를 보인 바 있다. 하이브도 지난 8일 장중 28만5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내 하락세로 전환하며 지난 14일에는 23만5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15일 현재 낙폭과대에 따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날 대비 6.16% 오른 25만원으로 장을 마친 상태다. 

이밖에 의류회사인 F&F는 내달 1일 인적분할에 나선다. 신설법인 F&F를 설립하고 존속법인은 코스피에 변경 상장, 신설법인은 재상장한다. 분할 존속회사인 F&F홀딩스(가칭)는 자회사 및 피투자회사 지분 관리 등을 맡고 분할 신설회사 F&F(가칭)는 패션사업부문을 맡는다. 이로 인해 주식 거래가 오는 29일부터 내달 20일까지 정지된다.

◇ 지배구조 개편 재료 더 많아질듯···투자자 실익 따져야

전문가들은 올해 기업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많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실익을 따져 기회를 엿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주사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과세 특례 혜택이 내년부터 중단되는 까닭이다. 그동안 정부는 주주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처분할 때까지 세금(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을 이연토록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4년 거치 3년 분할납부 방식으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

여기에 내년부터 자회사·손자회사 신규 편입 요건이 까다로워지는 점도 올해 지배구조 개편의 유인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이 신규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신규로 편입하는 경우 지금보다 자·손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해야 한다. 현행 상장회사 지분 20% 이상, 비상장회사 지분 40% 이상 보유 의무에서 개정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상장회사 30% 이상, 비상장 50% 이상 보유로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3%룰 등에 따라 상장사 오너들의 지배력 강화가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규제나 관련법은 더욱 깐깐해지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 유인이 올해 특히 커진 상태”라며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한 의사결정이 일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저평가됐던 기업이 재평가된다거나 분할로 신설된 법인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경우가 있어 실익을 따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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