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형태 참여 늘어···“아직 사업 초기, 위험 분산 차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리모델링 시장에 국내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리모델링 시장이 막 성장하는 단계인 만큼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 사업의 시공사 입찰에는 쌍용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건설 등 4개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다. 당초 이곳의 수주전은 쌍용건설 컨소시엄과 포스코건설의 2파전이 예상됐으나 포스코건설이 쌍용건설 컨소시엄에 합류하면서 컨소시엄 1곳만 참여하게 됐다.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은 2045가구 규모 대단지로 추정 공사비만 7000억원에 달한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다음 달로 예정됐다.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 리모델링 사업에는 시공능력평가(2020년 기준) 1위인 삼성물산과 2위인 현대건설이 손을 잡았다. 조합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금호벽산 리모델링은 기존 1707가구를 1963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상반기 내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광명 ‘철산한신’ 리모델링 사업에선 쌍용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차 현장설명회 모두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가 올해 초 다시 열린 현장설명회에 이들 컨소시엄이 단독 참여했다. 철산한신 리모델링은 기존 1568가구에서 1803가구로 늘어나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4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용인 ‘현대성우8단지’에선 포스코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리모델링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단지는 공사비만 3400억원 규모로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1239가구에서 1423가구로 탈바꿈한다.
리모델링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참여가 늘고 있는 이유는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과거 리모델링 시장이 중소 규모 단지들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1000가구 이상의 대형 단지에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늘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사업이 더딘 재건축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선회한 것도 물량이 급증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고, 대단지일수록 변수가 많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컨소시엄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리모델링을 진행한 쌍용건설이나 포스코건설을 제외하면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이유다. 대우건설의 경우 최근에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꾸리기도 했다. 또 다른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리모델링 시장에 참가하지 않던 건설사들도 관심이 높아졌다”며 “그동안 새 아파트는 많이 지었지만, 리모델링 경험이 많지 않은 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