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광고규제 원칙으로 온라인 홍보 사실상 불가능
코로나19로 대면 영업도 제한···선량한 피해자 보호해야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국내 보험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보험설계사들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가중되는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5일째인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소법 6대 판매원칙 중 광고에 대한 부분이 불합리적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자신이 8년 경력의 보험설계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금소법이 규정하고 있는 6대판매 원칙(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규제) 중 광고규제 원칙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서 볼 수 있는 블로그 등 SNS 게시글을 TV광고와 같은 일반적인 광고와 동일하게 보고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견해다.
금소법 시행령 제정안 속 광고 규제 원칙에 따르면 대리·중개업자의 ‘금융상품’ 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직판업자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금융업권 협회의 광고 심의대상에 대리·중개업자 광고가 포함된다.
즉 설계사들이 금융상품을 광고하기 위해서는 해당 보험사들과 생명·손해보험협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재무설계 제안, 상품 비교 등 정보성 SNS 게시글도 모두 광고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SNS는 현재 설계사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주요 루트 중 하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 영업이 크게 제한됐기 때문에 온라인 채널에 대한 의존도는 이전보다 더욱 커진 상황이다.
금소법 유예 기간 이후 이러한 활동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사실상 설계사들은 SNS를 통한 홍보가 불가능해진다. 전국 수십만명의 설계사가 올리는 글을 협회나 보험사가 모두 심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으며 특히 보험사의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품 비교글, 정보글들을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설계사 옥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2019년 대형 GA(법인보험대리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 GA에 영업정지를 포함한 고강도 제재를 가했다. 이에 리더스금융판매, 태왕파트너스 등 GA들은 경영 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사업부들의 설계사들도 수수료 지급 지연 등의 피해를 받았다.
올해 초부터는 이른 바 ‘1200%룰’도 새롭게 적용됐다. 1200%룰은 설계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후 첫 해에 받는 선지급 수수료가 월 납입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제다. 작성계약(허위계약), 계약 승환 유도, 철새 설계사, 불완전 판매 등의 부작용들을 막기 위한 조치다. 수수료 수입이 많지 않은 이른바 ‘생계형 설계사’들은 당장의 수수료 감소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금융당국의 영업 규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설계사들의 부정 행위에 있다. 조사 결과 작성계약, 특별이익 제공, 수수료 부당지급, 불완전판매 등 모집질서 위반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강력한 규제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설계사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상적인 설계사들의 영업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위험이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 설계사 중 월 100만원도 벌지못하는 이들의 비중은 각각 26.5%, 26.2%로 나타났다. 무려 설계사 네 명 중에 한 명이 월 100만원의 수입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와 GA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설계사들의 영업에는 자율성을 부과하는 등의 추가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