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아파트 인기, 최고가 경신에 품귀현상까지
상·하위 아파트 격차 8.8배, 사상 최대로 벌어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전국 주택시장이 조정장에 들어서면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똘똘한 한 채’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최고급 주택은 여전히 최고가를 경신하며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최고급 주택 가격의 상승세로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은 지난 2월 전용면적 243.201㎡가 80억원(1층)에 실거래 되면서 지난해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전용 243.642㎡가 77억5000만원(1층)에 거래되면서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값 기록을 새로 갈아치운 것이다.
최고급 아파트의 인기는 매물 품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하나로 불리며 수많은 고층 아파트들이 위치한 서울 성동구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지난해 말 첫 입주를 시작하기도 전에 전셋값이 분양가를 뛰어넘어 화제가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집계된 해당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단 2건에 불과하다.
분양시장에서도 최고급 아파트는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1순위 청약을 받은 인천 미추홀구 ‘시티오씨엘3단지’의 최고 경쟁률은 전용 136㎡ 펜트하우스로 단 2가구 모집에 122명이 몰려 경쟁률은 61.0대 1을 기록했다. 단지 전체 청약 경쟁률이 평균 12.6대 1인 것과 비교하면, 펜트하우스 경쟁률은 전체 경쟁률의 약 5배에 해당한다.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주광역시 역대 최고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던 ‘빌리브 트레비체’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에서 5.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전국이 규제 사정권에 들어서자 장기적으로 자산 가치가 높은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높은 미래가치가 기대되는 최고급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금리 기조도 한 몫 했다”고 평가했다.
최고급 아파트들의 상승세는 주택시장의 양극화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의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 10억1588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7억9372만원 대비 27.89%(2억2216만원) 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반면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아파트 매매가는 같은 달 1억1599만원으로 집계됐다. 1분위 아파트 매매가는 2013년 4월 1억원을 넘어선 이후 8년째 1억원대를 맴돌고 있다.
아파트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배율도 8.8배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12월 이후 사상 최대로 벌어진 것이다.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로 나눈 값이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격차는 현 정부 들어 크게 벌어졌다. 아파트 가격 격차는 2009년 10월 8.1배를 기록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2015년 6월 4.4배까지 줄었다. 하지만 2017년 들어 5배를 돌파한 이후 2018년 6배, 2020년 2월 7.1배 9월 8.2배로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달 8.8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