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다던 매출채권 존재 불가능···판매사, 투자자 착오 유발해”
반환금 3000억원 규모···NH투자증권 조정 받아들일 지 여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금융당국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투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권고 결정을 내렸다. 판매사가 투자자들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판단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금융분쟁조정위(분조위)를 열어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에서 애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에서 이같은 법리가 적용된 것은 라임 일부 펀드에 이어 이번이 사상 두 번째다.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옵티머스펀드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은 운용사 설명에만 의존해 공공기관 확정매출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됐다”라고 밝혔다.
분조위는 일반 투자자들이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가 가능한지 여부까지 따져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분조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공공기관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는 투자 권유를 듣거나 ‘수익률 2.8%가 거의 확정되고 단기간(6개월) 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제안서에 기재된 공공기관 3곳과 지방자치단체 2곳에 확인한 결과 옵티머스가 제안한 만기 6~9개월짜리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은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혀냈다.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이 발생하려면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발주처인 공사에 대해 건설사 등과 계약을 한 뒤 특정 기한이 지난 시점에 대금(매출)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다. 이후 건설사는 향후 들어올 매출을 근거로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은 공사대금을 검사완료일(또는 청구일) 후 5일 이내에 지급하게 돼 있다. 만기가 수 개월짜리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양도받아 펀드 투자대상에 편입하는 구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 상대방인 NH투자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투자자와 NH투자증권 양측 모두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수락해야 조정이 성립된다. 조정이 성립될 경우 3000억원 규모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지 사태는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하는 안전한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뒤 사업 실체가 없는 부실기업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낸 사건이다.
NH투자증권이 최대 판매사로 2019년 6월~2020년 5월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54개(6974억원) 중 35개(4327억원)가 환매 연기됐다. 이 중 일반투자자가 자금이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전문투자자들에 대한 펀드 판매분(1249억원)은 NH투자증권의 자율조정에 맡기기로 했다.
다만 NH투자증권이 다른 금융기관들과 연대 책임을 지는 ‘다자배상’ 구조를 주장한 만큼 조정이 성립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옵티머스펀드 사태는 NH투자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분조위 참석 전에도 “자체적으로 한 법리 검토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적용이 무리하다는 의견이 나온 상태”라며 “다자배상안이 이사회나 고객을 설득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다자배상안에 대해 “펀드 환매 연기로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 기관들의 책임 소재가 아직 규명되지 않아 현시점에서는 곤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만일 조정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 투자자들은 NH투자증권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