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철강·자동차주 이름 올려
경기 회복 국면 판단···실적 회복 기대감에 따른 매수세로 해석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가파르게 상승하던 코스피가 등락을 반복하며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순매수 상위 종목이 주목되고 있다. 뚜렷한 주도 업종이 사라진 상황에서 주요 수급 주체인 이들의 투심을 읽을 수 있는 까닭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공통적으로 지난 상승 국면에서 소외됐던 경기민감주를 주로 사들인 모습을 보였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좀처럼 32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1월만 하더라도 32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는 등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시장 금리 상승 이슈에 투심이 눌리면서 최근엔 3000선과 3100선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경기민감주를 주로 사들이는 모습이다. 경기민감주는 다른 종목에 비해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의 주식으로 철강이나 석유화학, 자동차, 건설, 소비재 등 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지난달 2일 이후 이달 5일까지 외국인은 철강 업종 내 시총 1위기업인 POSCO를 534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 1위에 해당한다.
기관 역시 경기민감주 업종 매수에 적극적이었다. 기관은 기아차를 185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기관 순매수 상위 두 번째에 해당한다. 기관이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 5조76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두드러진 매수세다. 기관은 철강주인 현대제철을 1429억원어치를 순매수하기도 했다.
기관을 구성하는 주요 주체인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들도 경기민감주였다. 연기금이 지난달 이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제철로 7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 순매수 상위 세 번째 역시 철강주인 POSCO(601억원)였다. 화장품 업종인 아모레퍼시픽(686억원), 석유화학 기업인 금호석유(520억원), 기아차(472억원) 등 경기민감주도 순매수 상위 다섯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경기 민감주를 사들인 배경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이들이 주로 사들인 철강 업종은 경기 회복 국면에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단가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실적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NH투자증권, SK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이 같은 이유로 최근 POSCO나 현대제철의 목표주가를 올린 바 있다.
이밖에 외국인은 시장 금리 상승 수혜주로 분류되는 KB금융을 47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 상승과 연동하면서 배당수익률을 가산해 산출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TIGER MSCI KOREA TR’은 393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통신주인 SK텔레콤과 게임주인 엔씨소프트도 각각 3904억원, 26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의 경우엔 경기민감주 외에도 국내 증시 상승에 투자하는 ETF를 주로 사들이는 경향을 띄었다. 기관이 지난 3월 이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ETF인 ‘KODEX 레버리지’로 198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또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과 유사하도록 운용되는 ETF인 ‘KODEX 200’도 104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다만 이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과거 기준으로 투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과 기관이 앞으로 이들 종목을 계속 매수할 지 여부는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추종 매매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경기 회복 국면에 실적이 상승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큰 틀에서 이들의 순매수 종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