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신호 맞춰 유턴한 차량···오토바이가 신호위반, 과속, 운전미숙
法 “교통사고, 신뢰의 원칙 적용···타인도 교통법규 준수 할 것 기대”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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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오토바이 운전자가 유턴 차량을 피하다 넘어졌더라도, 차량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과실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형사11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대구 달서구의 편도 3차로 도로(제한속도 시속 50km)에서 2차로를 따라 진행하다 적색신호에서 유턴, 반대차선 1차로를 시속 약 80~90km로 진행하던 오토바이가 자신의 차량을 피하다 넘어졌음에도 그대로 현장을 떠난 혐의로 기소됐다.

만 17세의 오토바이 운전자 B군과 동승자 C군은 각각 14주와 7주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고, B군의 오토바이는 불법 주차돼 있던 차량과 충돌해 500여만원의 수리비도 발생했다.

검찰은 A씨가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고, 사고 후 조치도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며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차량을 급격히 유턴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등 도로교통법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B군의 신호위반, 과속, 운전미숙 등의 과실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오른쪽 차로로 통행해야 하는데도 오토바이는 1차로를 따라 직진했다”며 “이 사건 교통사고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신호위반, 과속 및 운전미숙, 지정차로 미준수 등의 과실과 불법 주차된 차량의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 오토바이는 제한속도를 초과해 과속했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무면허로서 운전경험이 5~7회에 불과해 차선 변경이나 제동장치 조작이 능숙하지 않았다”며 “피고인(A씨)에게 반대차로에서 오토바이가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과속하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진행할 것까지 예상해 운전해야 할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는 속칭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운전자는 타인 역시 교통법규를 준수하리라 신뢰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타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우를 예상해 그에 대한 방어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량을 급격히 유턴하였다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등 도로교통법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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