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태계 변화에 따라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 나와
전기차 시대에는 현재 대비 생산인력 30% 감축
현대차 노조, 미래차 시대 맞춰 상생 강조···르노삼성·한국GM 여전히 투쟁 노선 지향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이 내연기관차 종식을 선언하고 전기차 전환을 알리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 시대로 바뀔 전망이다.
다른 한편에선 그동안 국내 완성차업계의 한축을 담당했던 쌍용차가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받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파산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전기차 전환과 쌍용차 사태 등 대격변 시기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지만 ‘노조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 노조는 높은 임금과 잦은 파업으로 이른바 ‘철밥통·귀족 노조’ 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동차 산업이 한국 핵심 기간산업으로 수 십년간 자리를 지켜온데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맞물려 회사에서 손을 댈 수 없는 존재로 커졌다.
강성노조로 인해 생산직 근무자들의 임금과 복지가 향상된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나, 반대로 산업 대격변기에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는 내연기관 대비 생산인력이 20~30% 줄어들 전망이다. 생산을 위해 필요한 부품 수는 줄어들고, 공정도 단순해 필수 생산인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인력감축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고, 미래기술 투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독일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은 최근 5000명 규모의 감원을 실시한다고 밝혔으며, 르노그룹도 지난해 1만5000명의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제네럴모터스(GM)는 지난해 호주, 뉴질랜드, 태국 공장을 매각하거나 브랜드를 철수했으며 올해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전기차 투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국내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관련해 현대차 노조는 최근 이색 행보를 보이며,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투쟁의 상징으로 불린 현대차 노조가 상생으로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안정을 약속받았다. 노사는 임금협상을 통해 연간 174만대인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향후 전기차 시장을 고려해 전기차 전용 공장 지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회사 측에서 구조조정에 돌입하기 전에 노조에서 먼저 양보하며,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반면 정작 위기에 봉착한 르노삼성과 한국GM 노조는 여전히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작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도 창원 부품물류센터와 세종 부품물류센터 통합 건에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업계에선 르노삼성과 한국GM의 경우 제 2의 쌍용차가 될 수 있는 만큼 노조도 회사 미래 전략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GM은 지난해 트레일블레이저 흥행으로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하반기 노조 파업 여파로 인해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르노삼성도 지난해 판매 부진으로 적자전환됐다. 양사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악화도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용 문제 관련해서는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데, 자동차 업계는 반대”라며 “그동안 완성차 노조가 쌓아온 업보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자동차 업계가 판매자 중심에서 구매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노조가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예전에는 국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하려고 하면, 완성차 5개사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품질논란 등에도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국산차를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세계 수입차 브랜드들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고가의 프리미엄 차량은 물론 폴크스바겐·토요타·푸조 등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브랜드도 많다.
특히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수입차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MZ세대의 경우 수입차를 통해 자신의 성공과 개성을 드러내려는 성향도 있지만 국산차 품질에 대한 불신, 기득권층으로 변질된 노조에 대한 반발 심리 등으로 수입차를 선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