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는 룸살롱 여성 아닌 와이프와 같은 가치 지녀야”
간부 회의서 회의 참가자들 향한 욕설·막말도
장경훈 사장 리더십 도마 위···향후 경영 행보 차질 불가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했던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의 막말 논란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나카드 노조에서도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추진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황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무금융노조 하나카드지부는 이날 하나카드 본사 앞에서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오는 5일로 연기됐다.
하나카드 노조의 사퇴 촉구는 최근 불거진 장경훈 사장의 막말 논란에서 비롯됐다.
하나카드 노조 측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하나카드 장경훈 사장이 공식 회의 석상에서 자사 신용카드가 ‘룸살롱의 여성’이 아닌 ‘같이 살 와이프’와 같은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확인됐다”며 “뿐만 아니라 다른 날 간부 회의에서는 회의 참가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쏟아낸 것으로도 확인되면서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고객에 대한 회사 이미지를 실추하는 차원을 넘어 명백한 여성혐오, 인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이 여전히 한국 사회의 대기업·금융권 회사에서조차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카드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하나카드 대표이사실을 점거해 농성에 돌입하고 장경훈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행태를 규탄하는 등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장경훈 사장은 지난달 하나금융그룹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번 막말 논란과 관련해 노조 차원의 문제 제기로 장경훈 사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향후 경영 행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전년보다 무려 174.4% 급증한 154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126억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175.9% 성장했다. 이같은 최대 실적이 장경훈 사장 연임의 바탕이 됐다.
이에 힘입어 하나카드는 올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 신사업 진출과 함께 종합 디지털 페이먼트사 전환 등의 경영 과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노조 측에서 장경훈 사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 만큼 추후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경우 신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나은 사무금융노조 여성부장은 “노조에서 요구하는 내용은 장경훈 사장의 즉각적인 사퇴 및 장경훈 사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등 두가지 사항”이라며 “이번 막말 논란과 관련해 아직 하나카드 경영진 측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카드 직원들 사이에서도 사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많다”며 “직원 개인 차원에서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우니 노조 차원에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추후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대책을 모색해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입장표명과 관련해서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내용이 결정되면 거기에 맞춰서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