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기선박 367대 통과에만 나흘 이상···정상화까진 상당시간 소요될 듯
사고선박 日 이마바리 건조···“韓 빅3 선호도 높아져”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수에즈 운하를 막고 있던 에버기븐호 부양이 성공하면서 수에즈 운하 통행이 7일 만에 재개됐다. 통행은 재개됐지만 해운업계의 혼란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조사 역시 본격화되는 가운데 해당 선박의 구조적 결함이 의심됨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제작하는 국내 조선업계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는 관측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에즈운하 인근에 대기 중인 선박은 총 367대다. 운하가 가로막히면서 인근 해역에 정박하며 통행재개를 기다린 선박들이다. 이를 제외한 선박들은 진입을 포기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기수를 튼 상태다. 통행은 재개됐지만 예전과 같이 통행이 정상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기 중인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통과하는 데 나흘 여가 더 소요되지만, 이 기간 동안 신규로 진입하는 선박들로 인해 정체는 상당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계류를 택한 선박들뿐 아니라 우회를 택한 선박들 역시 이동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유류비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돼, 피해보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이라 평했다.
이처럼 해운업계 내부에서 물류대란과 책임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며 혼란이 가중되는 것과 달리, 국내 조선업계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확한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지만 현재까지 에버기븐호 좌초의 원인으로 강풍이 지목되고 있다. 수에즈운하관리청은 조타과정에서 실책이 있었는지도 의심하는 실정이지만, 관련업계 에서는 해당 선박의 구조적 결함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다.
에버기븐호 외면에 대만 에버그린 로고가 적혀 있다. 에버그린이 소유주로 인식되기 쉬우나, 실제 소유주는 일본의 슈에이 키센이다. 에버그린은 용선사다. 용선사란 선박 소유자에게 선박만을 대여하고 선원 고용·항해·운영비 등을 부담해 운송하는 업체다. 에버그린이 슈에이 키센에 해당 선박을 임대해 운영해 온 셈이다. 선박 건조는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이 맡았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사고 조사결과 제작과정에서 일부 결함이 있던 것으로 드러나게 될 경우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상향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점치는 모습이다. 초대형컨테이너선의 경우 한국과 중국·일본 모두 건조능력을 지녔지만, 기술면에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3사가 압도적인 역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 조선기술은 과거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며, 중국은 내수판매가 주력”이라면서 “사고원인으로 기술적 결함이 드러나게 될 경우 한국 조선사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으며, 선주들의 한국 의존도 역시 가중될 것”이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