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매매자에 양도세 강화 포함···“투기 징벌 목적의 세금 강화 부적절”
투기 억제 효과 주장도···“예외 조항 적절한 설계가 대책 성패 판가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근절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인상을 제시하면서 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양도세는 투기세력을 넘어 전 국민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토지 매입 시 투기 수요 여부를 구분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부동산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공직자 전원의 재산 등록, 공직자의 부동산 신규 취득 제한제 도입, 단기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 농지취득 심사 강화, 토지 취득 시 자금 조달 투명화, 부당 이득 환수 등이다.
이중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단기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은 투기적 토지거래에 대한 기대수익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1년 미만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은 50%에서 70%로, 1년 이상 2년 미만은 40%에서 60%로 각각 올린다. 이는 주택이나 입주권 등에도 적용된다. 또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할 때 6~45% 기본세율에 가산하는 중과세율을 10%에서 20%로 인상한다. 최대 30%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없앤다.
여기에 공익사업 대상일 경우 사업용으로 간주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았던 기존제도도 폐지한다. 이미 보유하던 토지에 대해서는 사업인정 고시일 2년 이전에서 5년 이전으로 인정요건을 강화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중과세율 인상 대책이 매우 강력해 토지에 대한 단기 투기를 막는 데는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같은 규제가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양도세율 인상은 일부 투기세력을 넘어 전 국민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기에 사실상의 증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양도소득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LH 사태 연루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며 “LH 사태에 대한 대책이라면 과태료나 벌금, 징역과 같은 처벌 쪽으로 가야지 모든 국민들을 LH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람처럼 여겨서 세금을 징벌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징벌은 과태료나 벌금, 징역으로 처분해야하는 것이지 이걸 조세로 하는 것은 너무 과중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양도소득세 강화가 투기 근절을 위해 적절한 조치라는 주장도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정부가 발표한 부분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공직자 투기가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외지인이나 기획부동산 등 LH나 관계기관에서 흘러나오는 투기행위가 근절되지 않으면 공직사회에서 비밀을 이용한 투기행위를 원천적으로 뿌리 뽑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조치들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급 적용 등 논란이 있는 부분도 발표됐는데 이행이 제대로 될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에게는 규제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단기간에 매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양도세 강화를 토지시장에 까지 한다고 하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일정부분 막을 수 있겠지만 엄한 국민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또 부동산거래분석원이 국민의 재산권이나 사생할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부동산투기가 일어나는 지역이나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만 한정해서 토지거래 감시를 하는 것은 맞지만 전국을 다 들여다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양도세는 가장 강력한 대책인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예외조항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걸 어떻게 정하느냐가 양도세 강화 대책이 얼마나 투기 근절 효과를 낼지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투기와 실수요를 구분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측면들이 있는데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보조장치들을 더 연구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조 교수는 “신도시 등 개발과정에서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보상제도나 취득 과정에 있어서의 투명성, 검증 등이 더 필요하다”며 “지분쪼개기를 하는 기업형 부동산 회사들을 규제하는 대신 그 지역에서 생계를 위해 계속 일했던 사람들에게는 보상제도를 할 때 좀 더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으로 절세를 위한 농지나 임야 매물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절세매물이 연말까지 제법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데 연말까지 팔려는 절세매물이 늘면서 교외 토지시장이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토지시장의 양극화를 예상했다. 박 위원은 “수도권이나 광역시는 개발 기대가 있어 수요가 있을 수 있으나 지방의 절대농지는 까다로운 규제를 거쳐 매수해야 하기에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며 “교외 농지나 임야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도심 아파트나 꼬마 빌딩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