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기록 등사 뒤늦게 허용···변호인 입장, 검찰 입증 계획 등 확인 못해
재판부 “이런 식이면 한도 끝도 없어···재판 지연 원치 않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절차 지연에 이례적으로 검찰을 질책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9월까지 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30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최 회장은 출석 의무가 없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공판은 최 회장 측의 증거기록 검토 미비와 검찰의 입증계획 발표 연기요청으로 공전됐다. 공판준비기일 하루 전인 29일부터 증거기록에 대한 등사가 허용됐고, 증거 서류를 검토할 기회가 없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입증계획 등을 밝힐 수 없다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검찰은 관련자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증거서류 등사가 허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쟁점 설명과 입증계획 역시 다음 기일에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수사기록은 3만800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차가 지연되자 재판부는 “구속 사건이라 즉시 처리가 필요하고, 중요사건으로 분류돼 있다”며 “이런 사건은 재판부가 끌려갈 수 없는 사건이다. 이렇게 하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럴 거면 애초 구속으로 해오지 말든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재판부는 “구속사건으로 해놓고 지연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구속기간 만료인 9월4일 전에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내달 12일 한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겠다고 하면서 “다음 기일까지 증거를 간추리고, 입증계획을 정리하자”고 당부했다.
쟁점별로 공판을 진행하면서 필요시 공판준비기일을 추가로 진행하겠다는 게 재판부의 의지다. 또 매주 목요일마다 공판을 열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최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6개 회사에서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가족 및 친인척 등 허위 급여, 호텔 빌라 거주비,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자금지원 등 명목으로 2235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아직 처분하지 않은 혐의가 남아있다”고 밝혀 추가기소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은 최종건 SK 창업주의 차남으로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형이다. 최 창업주는 그룹 회장직을 동생 최종현 SK 회장에 물려줬다. 최종현 회장 타계와 맞물려 SK가 2세 시대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경영수완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최태원 회장이 그룹 총수직에 취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