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마찬가지로 비대면·온라인 주축···별도법인 아닌 ‘그룹사 노조’ 표방
고용부 “法적으론 가능” 해석···현대차 특유의 취업규칙 등 현실적인 숙제도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직노조 결성이 추진된다. 최근 설립된 LG전자 사무직노조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비대면·온라인방식을 통해서다. 별도법인 노조가 아닌 현대차그룹 사무직·연구직 중심의 통합노조를 표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2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사무직노조는 지난 19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구성원 모집을 시작됐다. 현대차그룹 소속임을 증명하고 회사명·직위·근무지 등을 표기해야 대화방 입장이 가능하다. 대화방에서는 성명·직책이 아닌 대화명으로 서로를 지칭한다. 1차 목표 모집인원인 1500명을 1주일여 만에 달성했다.

이들은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가 임단협 등을 주도해 온 탓에 사무직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대체노조 필요성을 강조한다. 앞서 LG전자 사무직노조 설립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인 익명소통 앱 ‘블라인드’ 등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됐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구심점이 됐다. 실제 노조설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인 한계들이 과제로 떠오른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소속 법인이 상이하다. 이번 사무직노조는 현대오트론 소속원이 주축으로 알려진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상이한 법인 소속 구성원들이 그룹사 노조를 표방하는 셈이다. 노조설립 인가를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 측은 시사저널e와 통화에서 “법적으로 그룹사 사무직 노조의 출범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노조는 특정 기업에 재직하는 이들이 주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노총·민주노총 등과 같이 초기업적 노조도 존재하기 마련”이라면서 “다만 이 경우 해당 노조의 지도부가 소속된 모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부·지회 등을 두고 각각이 회사로부터 교섭권을 확보하고 임단협 등을 논의하는 게 일반적”이라 소개했다.

현대차그룹 사무직노조가 출범하게 될 경우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과 교섭을 맡게 될 산하 지도부가 필요하다. 현재 모집한 1500명으로는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사무·연구직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서 더욱 많은 구성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각각의 사측으로부터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취업규칙과 기존 노조와의 알력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04년 7월 현대차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 등을 간부사원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취업규칙을 새롭게 제정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이후 유사한 방식을 채택했다. 과장급 이상의 노조가입이 불가해졌다. 이에 반발해 현대차에서는 사무직이 중심이 돼 ‘현대차 일반직노조’가 2006년 4월 결성됐다.

현대차 일반직노조는 민주노촉 금속노조에 편입해 현대차 일반직지회로 거듭났으나 기존 현대차노조와 연대하는 데 실패했다. 당시 현대차노조는 “조합원 간 노사협상이 현실화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교섭권을 얻는 데는 물론이고 기존 노조와의 연대마저 불발되면서 일반직지회는 급속도로 위축됐다. 2010년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하며 세가 약화됐다. 2013년 재건 움직임이 일었으나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새로운 노조설립 취지에 공감해 대화방에 참여할 순 있지만, 참여한 이들 모두가 실제 노조가입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면서 “강성노조와 노무협상을 진행해 온 현대차와 계열사들이 또 다른 노조의 등장이 달가워 할리 만무하고, 생산직 중심의 현대차 등 기존 노조들도 입김이 약화될 것을 우려할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특히 현대차 노조의 경우 전기차 등장으로 교섭주도권이 상당히 약화된 상태”라 부연했다.

한편, 2004년 제정된 현대차의 이른바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조가입 불가한 직책은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비롯해 연구직은 선임연구원, 생산직은 기장급 이상이 해당된다. 과·차·부장급이 책임매니저·책임연구원 등으로 직책이 통합된 이후에는 책임급 이상의 노조가입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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