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관 한국 성장률 상향 조정···고용·내수·중기 여전히 어려워
전문가들 “공공서비스 일자리 창출···중기 대출 고용 목표 연계해 보조금 전환해야”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지만 고용 없는 회복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 한국 정부와의 ‘2021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로 제시했다. 2개월 전보다 0.5%포인트 올린 수치다.
IMF는 “주요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투자 증가세와 추경안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며 “2020년 2분기에 들어서 경제활동은 수출 반등, 특히 첨단 기술 산업 분야의 수출 및 기계설비 분야의 복원력 있는 투자에 힘입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IMF가 지난 1월 13일부터 26일까지 기재부, 한은 등과 우리나라 경제 동향과 전망 등에 관해 협의한 결과를 담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Interim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5%포인트 높은 3.3%로 제시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최근 세계 경제 회복세, 견조한 수출·제조업 회복 흐름, 추경 등을 반영해 상향 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도 지난 24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달 25일 내놓은 전망치 3.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주요국의 확장적 거시정책, 백신 보급 확대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특히 미국의 대규모 추가 재정부양책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 상향은 민생 경기와 직결되는 고용과 내수, 중소기업 등으로 온기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종사자 5~299인 중소기업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40만6000명 줄었다. 1~4인 소기업 취업자는 24만2000명 감소했다. 반면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취업자는 17만5000명 늘었다. 중소기업 취업자는 줄어드는 반면 대기업은 늘어나는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8월 이후 뚜렷해지고 있다.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9.6%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장기평균은 72.3%다. 지난해 10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9.5%, 11월 70.2%, 12월 69.9%였다.
고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전체 취업자도 부진하다. 전체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째 감소세다. 지난 1월 전년동월대비 98만2000명 감소한데 이어 2월에는 47만3000명 줄었다. 2월에도 숙박·음식점업(-23만2000명), 도·소매업(-19만4000명) 등 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취업자가 감소했다.
특히 고용취약계층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었다. 지난 2월 임시근로자(-31만7000명), 일용근로자(-8만명)가 각각 줄었다. 상용근로자는 8만2000명 늘었다.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고용 없는 회복’을 우려했다.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수출 위주로 회복되는 상황에서 고용 없는 회복이 이미 시작됐다. 특히 IMF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고용 없는 회복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황 교수는 “고용 없는 경기회복에 대한 대책으로는 기업들에 고용을 늘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공공주도 일자리는 경제 위기 시기 민간에서 일자리 창출여력이 없을 때 공공이 메워주는 역할이다. 가면 갈수록 민간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고용 없는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IT 등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중소기업은 어렵다. 수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도 대기업의 위험 전가와 납품단가 인하 등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며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IMF 시기 나타났던 현상으로 서민들의 체감경기에 악영향을 줬다. 이후에는 점차 줄었는데 최근 코로나19로 다시 악화됐고 이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에 대한 구조적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과 중소기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요가 큰 돌봄, 복지,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 중하층 수준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가계와 기업의 빚 급증도 민생에 어려운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작년말 GDP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5.5%로 전년말보다 18.4%포인트 올랐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75.5%로 2019년 말보다 13.2%포인트 상승했다. 소득 대비 채무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건전성은 연체율이 은행 및 비은행 부문 모두 전년말 대비 소폭 하락하는 등 양호한 모습이다. 다만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고용 및 업황 부진 등으로 소득여건 개선이 지연될 경우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향후 경기회복이 차별적으로 진행되면서 취약가구 등을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기업의 빚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기업신용은 2153조5000억원으로 1년 사이 10.1%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각각 15.3%, 15.5%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증가율 12.3%보다 높았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이 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이는 위기가 지속될수록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중소기업들이 고용 유지 목표를 이뤘을 경우 중소기업 대출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상환을 면제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이 같은 방식이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