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가격 급등·탄소배출 기준 강화···정부, ‘친환경차’ 판매량 할당
“충전소 등 인프라 확대·보조금 확대 등 육성 정책 필요한 시기”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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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전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에 완성차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유럽연합(EU) 등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정부의 이른바 ‘규제 과속’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종가 32.59유로(한화 약 4만3423원)였던 탄소배출권 가격은 3달 사이 30% 이상 높아졌다.

전세계적인 탄소 감축 분위기 속에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이고, 미국 등은 자국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기업에 대한 관세인 탄소국경세의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탄소배출권 세계 최대 거래시장인 만큼,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에 영향을 줘 국내 완성차 기업 등 입장에서는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테슬라의 경우 탄소배출권을 다른 완성차 기업에 팔아 15억8000만달러(약 1조7400억원)의 수익을 거둬 경영실적을 개선한 반면, 완성차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또 EU는 올해부터 자동차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 기준을 1㎞당 95g으로 정하고, 1g당 초과시 95유로(약 13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해당 기준은 2023년 62g, 2050년 10g으로 점차 강화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완성차 기업에 대한 환경규제 강화 방안을 내놨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전체 판매량 중 가솔린·LPG·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저공해차 비율이 18% 이하일 경우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비율은 내년 20%로 높아진다.

전기·수소전기차 등 무공해차 판매 목표도 신설됐다. 현대자동차·기아 등은 올해와 내년 전기·수소전기차를 각각 판매량의 10%·12% 판매해야 한다. 최근 3년 평균 판매량이 10만대 미만인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의 경우에도 올해와 내년 각각 4%·8% 등 기준의 전기·수소전기차를 판매토록 했다.

정부의 방안에 대해 업계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전기·수소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해 1~3%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해당 조치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완성차 기업의 경우 전기·수소전기차 기반이 마련되지도 않았고, 충전소 등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규제에 나섰다는 비판이 많다.

규제강화 정책보다는 환경보호를 위한 전기·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해 인프라를 확대하고, 보조금 확대 등을 통한 유인 정책이 보다 적절한 시기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전기·수소전기차 육성 정책이 온전히 마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완성차 기업에 할당하는 방식은 행정편의적 ‘탁상규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지난해 6만4188대로 조사됐고, 공용 급속 전기차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담당대수는 16.9대에 이르고 있다. 이용 가능한 수소충전소도 현재 전국 53곳 밖에 없고, 수소충전소 1개소 당 수소차 담당대수는 232대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또 올해 정부는 7만5000대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규제방안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기·수소전기차 13만5000대를 판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조금 없이 전기·수소전기차를 판매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현대차가 공개한 ‘아이오닉5’의 사전예약도 보조금 지원 규모 영향으로 몰리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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