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총 마친 금융지주들···일제히 ‘중간배당’ 가능성 내비쳐
금융당국 ‘배당 자제령’, 하반기 연장 가능성도

4대 금융지주/사진=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정기 주주총회를 마무리한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내걸었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방어할 수단으로 중간배당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이 6월 이후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연내 분기배당 도입 여부를 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 4대 금융지주, 앞다퉈 중간배당 언급···“주주가치 제고”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중간·분기배당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당성향을 낮추게 된 점에 대해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늘 약속한 대로 배당성향이 30%는 돼야 한다는 게 일관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중간배당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은 “중간배당, 분기배당은 정관에 이미 허용돼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자사주 매입·소각도 금융당국과의 교감을 통해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적절하게 주주가치 제고 방향에서 지혜를 발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도 이날 서울 중구 소공로 본사에서 제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 4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의결하면서 배당가능이익 재원을 확보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경상적인 영업활동, 고정자산의 처분, 임시적인 손익거래 등에서 생긴 결과로, 배당 또는 자본 산입이 이뤄지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을 의미한다. 자본준비금과 달리 배당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이번 주총 의결을 통해 마련한 자금 기반을 바탕으로 올해 중간배당 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재무총괄 전무(CFO)는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을 포함해 주주가치가 꾸준히 증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정기 주총을 진행한 신한금융지주는 ‘3·6·9월 말 분기배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하면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기존에는 ‘7월 1일 주주에게 중간배당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었으나 지금까지 중간배당을 실시한 적은 없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 성과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실행해 주주 가치를 지속해서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간배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 금융지주, 주주가치 제고 내걸었지만···금융당국 ‘배당 자제령’ 연장 가능성도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융지주에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이에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올해 배당성향을 20%로 낮췄다. 이들 금융지주의 전년 배당성향이 각각 26%, 25.78%, 27%였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배당성향을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조금 넘어선 22.7%로 결정했으나 이 역시 전년(25.97%) 대비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은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당국의 예상대로 코로나19 사태가 6월 중 잦아든다면 금융지주들은 2분기 말 실적에 대한 분기배당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내 분기배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배당 자제령 시한을 연장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위의 배당 자제 권고안 의결) 6개월 후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보고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반기 건전성 추이에 따라 배당 축소 권고안이 연장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분기배당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올해 중 코로나19가 확산세가 잦아들고 경기 침체가 완화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물경제 회복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가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