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한항공 주총 개최···80~90%대 찬성률로 사내·사외이사 선임
‘표대결 압승’ 조원태, 아시아나항공 인수 총력···한진칼 “지주사로서 주도적 역할”
재차 반대표 던진 국민연금···모순된 행보에 ‘반대를 위한 반대’ 지적도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사내이사로 무난히 재선임됐다. 이로써 조원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통합체제를 구축하는데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1억7532만466주)의 56.91%(9978만4563주·177명 위임장 제출 포함)가 참석한 가운데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주요 안건이었던 조 회장을 포함한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고 그 결과는 조 회장 82.84%, 임채민 사외이사 82.82%, 김동재 사외이사 85.07% 등 찬성률로 의결됐다.
김세진 한국펀드평가 대표, 장용성 한양대 경영대학 특임교수,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 또한 99%대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이들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혀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과정에서의 실사가 미실시됐고, 계약상 불리한 내용 등 주주권익 침해행위에 대한 감시의무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조 회장에 우호적인 최대주주(한진칼 29.09%)·특수관계인(우리사주 6.07%) 지분율은 35.16%인 반면,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8.52%에 불과해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주장은 관철되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발행 주식 총수 확대 정관 변경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69.98%로 가결되기도 했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해임 시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던 정관을 ‘2분의 1 이상 찬성’으로 변경해 사내·사외이사의 연임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결국 조 회장 측이 이번 주총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경쟁당국에서의 결합심사 통과, 인수자금 입금, 부채비율 축소, 중복 인력 해결 등이 남은 주요 과제들이다.
조 회장은 해당 과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경영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총에서도 조 회장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자각매각을 추진하고 전 임직원도 휴업 및 휴직 시행 등 비용 절감을 통한 위기 극복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는 등 대한항공이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칼의 모든 임직원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올해 경영방침을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전환을 위한 사업 기반 확보’로 정했다”며 “이와 같은 방침에 따라 지주사로서 항공산업 개편에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해 아시아나항공 통합 체제를 조기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위한 일련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저수익 자산 매각과 수익성 중심의 그룹 사업구조 개편 추진 등 뼈를 깎는 자구책들도 진행해 이른 시일 내에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지난 임시주총에 이어 연거푸 고배를 마신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고, 반대 입장을 내면서도 대한항공 주식 보유량을 늘리는 모순된 행보를 했다는 주장이다.
우선 국민연금이 문제 제기한 실사와 관련해 항공업계에 대한 무지에 따른 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위원회의 우기홍 위원장(대한항공 사장)과 실무진 입장에서는 새로운 우발채무, 귀책사유 등을 실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파악이 가능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될 경우 대한항공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달 초 주식 보유량을 기존(8.11%) 보다 5.76%포인트 늘려 13.87%의 지분을 확보했다.
기업의 가치 훼손·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고, 주총에서 불리한 여건 속에서 국민연금의 행보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한항공의 주주 역할과 ‘국민 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역할 등 입장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날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는 대한한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총도 진행됐다.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90.89%가 참여했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찬성률 99.82%), 이사회의 동일 성(性) 구성 금지(93.80%), 이사회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위원회 설치(99.82%) 등 산업은행의 주주제안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아울러 사외이사 선임 표결에서도 최방길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55.43%),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55.42%), 김효권 법무법인 퍼스트 대표변호사(99.7%) 등이 모두 가결·선임됐다.
한진칼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석태수 한진칼 사장은 인사말에서 “지주사로서 항공산업 개편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아시아나항공 통합 체제를 조기에 구축할 계획”이라며 “저수익 자산 매각과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으로 이른 시일 내 정상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