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리두기 단계 등 현행 조치 대부분 연장···“3주 연속 400명대 고려했다”
감염병 전문가 “원칙과 기준 없다”···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 시각도

26일 서울역 광장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6일 서울역 광장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속적인 코로나19 확산 추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현행 방역조치 연장을 결정했다. 이에 대부분 감염병 전문가들은 원칙대로라면 2.5단계로 올려야 한다며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8일 종료 예정이던 현행 거리두기 단계를 2주간 더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300∼400명대에서 정체 양상을 보이는 데다 거리두기 조정의 핵심 지표인 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3주 연속 400명대를 나타낸 점을 고려해 이같은 연장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거리두기 조치 연장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결혼식과 장례식 등 행사 인원이 지금처럼 10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비수도권은 원칙적으로 500명 미만 규모로 행사를 할 수 있다. 그 이상 규모가 될 때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협의해야 한다. 종교활동의 경우 정규예배 인원이 수도권에선 20% 이내, 비수도권에선 30% 이내로 제한된다. 수도권 카페, 식당, 헬스장을 비롯한 실내체육시설,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오후 10시까지) 제한도 2주간 계속된다.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조치 역시 2주간 연장됐다. 직계 가족이 모이거나 결혼을 위한 상견례, 부모 돌봄이 필요한 6세 미만 영유아를 동반하는 모임에서는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이처럼 현행 방역조치가 대부분 연장된 데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원칙과 기준대로라면 2.5단계로 올려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참고로 최근 1주간 하루 평균 431명꼴로 나온 가운데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약 414명이다. 여전히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범위에 속해 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나 숫자, 지표 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없다”며 “정부도 거리두기 단계를 내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기준대로라면 거리두기 단계 강화가 맞다”며 “현재 정부는 거리두기 강화 카드를 꺼낼 수도 없고 원칙대로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가지로 복잡한 상황에서 정부가 차선책으로 현행 체계 연장을 결정한 것”이라며 “현재로선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만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정리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당초 예상대로 했다”면서 “원칙과 기준대로라면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올려야 하지만 정부에 기대 안 한다”고 정리했다. 천 교수는 “전체적으로 자영업자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현행 조치를 유지했다”며 “구체적 방역 수칙은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식당과 주점, 체육시설 등이 중요한데 실제적으로는 거리두기 등 기본적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현장에서 시행 가능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집에서 국민들이 간편하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개선된 것은 없다”며 “방역 당국에 미래 플랜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연장은) 정부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하며 국민 반발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버텨보자란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준비해 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은 현재보다 완화한 내용인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돼야 시행이 가능하다”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도 늘고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상춘객도 늘고 있는데 정부는 정치를 예외로 방역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아예) 손을 놓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준대로라면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하는데 정부는 일관성도 없고 갈수록 방향성도 없다”며 “26일 신규 확진자가 494명”이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고 신규 확진자 494명은 35일 만에 최다 기록”이라며 “10~30명 단위 소규모 감염이 이어지고 추가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절대 마음 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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