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관계자들 1심서 무죄
‘폐질환-CMIT‧MIT’ 인과관계 입증 부족
사참위 배제 의견 낸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들이 환경부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을 방해한다며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진상규명 업무에서 배제된 이들은 ‘가해 기업들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원인 규명이 끝났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네트워크)는 25일 옥시PB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사참위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7개 단체 집합인 네트워크는 “환경부가 사참위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 업무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 원인 규명 업무를 중단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 피해자들은 환경부가 감히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참위는 2017년 제정된 ‘사회적참사 특별법’에 따라 2018년 12월 11일 공식 출범한 조직이다. 박근혜 정부 때 활동한 세월호 참사 1기 특조위와 가습기살균제 사건 국정조사 특위가 참사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사실관계와 책임소재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2년의 활동기간 사참위는 직권조사 51건과 피해자들로부터 접수한 신청조사 26건을 수행했다.
법에서 정한 활동 기한 종료가 다가오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9일 사참위 활동 기간을 1년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진상규명’ 업무에서는 배제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와 제도 개선, 종합보고서 작성 등에만 참위의 업무를 한정했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조사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법 시행령과 관련해서도 환경부는 ‘사참위가 원인 규명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음으로 피해자 구제 및 제도 개선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도 수행할 수 없다’, ‘피해자 구제 및 제도 개선과 관련해 필요한 자료는 협조 차원에서만 제공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참위 배제에 환경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네트워크는 특히 “환경부 장관은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임직원들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보고도 참사 원인이 모두 밝혀졌다고 자신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진상조사 업무 회복을 요구했다.
지난 1월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이마트 관계자 등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사용된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발생 혹은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지난 2018년 징역 6년형을 확정 받은 것과 상반된 결과다. 옥시 등이 만든 제품은 CMIT‧MIT 성분이 아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이다.
검찰은 항소심 공소유지를 위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한달에 한차례 정기협의회를 열고 있다. 또 각계의 연구결과와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네트워크는 끝으로 “한정애 환경부 장관에게 면담을 공식 요구한다”며 “환경부 장관이 국회에 제출한 입장과 같이 사참위가 해야 할 일이 더 없다고 자신한다면 피해자들 앞에서 직접 설명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