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업황 업사이클 국면 추가 상승 가능해”
가파른 주가 상승 따른 부담 높아져 유의해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주가가 최근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을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업황 회복에 따라 올해 실적 기대감이 크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그동안의 가파른 주가 상승 부담에다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세도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HMM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주당 2500원 수준에 불과했던 HMM은 이날 장중 3만원까지 오르며 장중 52주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해 대다수 종목이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HMM처럼 1년만에 주가가 12배 상승한 종목은 손에 꼽힌다는 점에서 이는 두드러진 행보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음에도 그동안 HMM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해운 업황 악화에 오랜 기간 적자를 보여온 터라 HMM에 부정적 시선이 많았던 까닭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HMM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순손실만 3조7097억원에 달했다. 영업적자는 더욱 길었는데 2011년부터 줄곧 적자를 보였다. 이 영향에 HMM은 2016년 7월 최대주주가 현대그룹에서 한국산업은행으로 바뀌었고 지난해 3월에는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현대상선에서 HMM으로 사명이 변경되는 변화를 맞기도 했다. 

HMM이 다시금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해운업황의 개선에 따른 실적 호조와 관련이 깊다.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선복의 공급 과잉 현상이 해운업의 구조조정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완화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반전을 맞았다. 이는 자연스레 운임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에 따라 HMM의 주력 노선인 미국과 유럽 항로 운임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실제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3월 898.05에서 지난해 말 2783.03까지 치솟았다. HMM 매출의 90%가 컨테이너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SCFI의 급등은 HMM에 큰 호재였다. 운임 상승에 HMM은 지난해 6조41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9807억원과 순이익 1239억원을 기록해 기나긴 적자 터널에서 벗어났다.

올해 역시 HMM의 실적 개선세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통상 3~6월에 체결되는 장기계약의 경우 이번에 상승된 운임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제고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컨테이너선사는 안정적 수익을 위해 장기계약과 단기계약을 각각 절반 비중으로 체결한다.   

HMM 매출의 10% 수준을 차지하는 벌크선 사업 확대 추진도 실적 증대 요인이다. HMM은 장기 계약 중심인 벌크 사업으로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꺼내든 상태다. 이미 지난달 말 GS칼텍스와 10년간 약 6300억원 규모의 원유 장기 운송계약을 맺으면서 벌크선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컨테이너는 미국의 수요 서프라이즈, 건화물은 석탄과 곡물 물동량 증가에서 시작해 철광석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중·장기 상승 사이클로 판단한다”며 올해 HMM 매출이 지난해 대비 46.7% 오른 9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영업이익의 경우 3조1000억원을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213.6% 상승한 수치다. 이에 대신증권은 HMM의 목표주가로 종전 대비 58.3% 상향한 3만8000원을 제시했다. 

이밖에 전환사채(CB)를 중도상환키로 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류된다. HMM은 지난해 12월 만기 5년 2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조건으로 중도상환청구권을 포함했는데, 최근 주가 상승으로 ‘보통주 종가가 15거래일 연속 전환가액(1만2850원)의 150%(1만9275원)를 초과할 경우’라는 조건에 부합됐다. 

CB 투자자들은 HMM의 중도상환에 앞서 주식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CB 중도상환을 통해 부채로 분류됐던 2400억원이 자본으로 환입돼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데다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재료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선 장밋빛 전망만 봐라봐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고 상승세를 보였던 SCFI도 한풀 꺾였다는 것이다. SCFI의 경우 이달 19일 기준 2583.37로 올해 1월 15일 2885에서 10% 가량 떨어졌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을 지원하면서 보유한 신종자본증권이 3조5800억원에 달하는데,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만일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지분 가치 희석이 일어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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