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는 온라인 외형 확장에 몰두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경험 가치에 투자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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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신세계와 롯데쇼핑이 백화점과 온라인의 시너지를 위해 온·오프라인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본연의 가치와 차별화된 온라인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기조다. 신세계와 롯데가 온라인몰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혈안인 모습과 현대백화점의 태도에서는 온도차가 난다.

유통업계는 최근 주주총회를 갖고 사업 방향 등에 대해 발표했다. 신세계와 롯데쇼핑은 이커머스에서 밀리는 자사의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 방안에 대해 역설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롯데 통합몰인 롯데온에 외부 전문가를 투입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지난해 롯데가 심혈을 기울여 롯데온을 선보였지만 이커머스로서의 입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성장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선두주자인 네이버, 쿠팡에 비하면 한참 역량이 떨어진다. 본격적인 진입도 다소 늦어 부정적인 평가가 더 우세하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인정하면서 외부 전문가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커머스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짤 방침이다.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한 온라인 강화도 염두에 둔 점을 명확히 했다.

차정호 신세계 대표 역시 온라인을 강조했다. 차 대표는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 서비스 확대, 가치와 고객을 연결하는 커머스 플랫폼 구축, 비대면 매장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SSG닷컴과 협업하겠다고 강조했다.

차 대표는 온·오프라인 복합 모델을 강조하면서 데이터 인프라 구축으로 광고·데이터 비즈니스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경쟁사 전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통합보다는 판교점과 더현대 서울을 예시로 들며 백화점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는 24일 주주총회에서 규모만 키우는 비효율적인 온라인몰이 아니라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몰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기존 유통업계의 온라인 정책에 대해 백화점 상품을 대폭 할인해 경쟁적으로 판매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현대백화점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동업계와 같은 볼륨화보다는 차별화몰로 육성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몰에 막대한 투자를 해 몸집만 키우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자체에 더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단 기간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판교점,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더현대 서울을 예시로 들면서 백화점에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교점은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 더현대 서울은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로 꾸려졌다. 매장을 빽빽하게 구성하기 보다는 경험할 거리, 놀 거리, 자연친화적인 조경에 더욱 신경을 써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달 목동점 7층에는 2628㎡(약 800평) 규모의 조경 공간인 글라스 하우스를 만들기도 했다.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혜택과 차별화된 오프라인 경험에 좀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위주의 전략을 잘 구사하고 있다”며 “판교점도 차별화된 오프라인 경험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접단 면역 형성 이후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심리와 함께 바깥으로 나와서 체험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이 백화점으로 몰리면서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백화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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