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11년 만에 등장
금호벽산·고덕아남, 수주 유력
주택사업 수주잔고, 매년 줄어
오세철 대표 정비사업 총력

삼성물산은 강남권 알짜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신반포15차를 수주하며 도시정비사업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5년의 공백에도 ‘래미안’의 저력은 여전한 모습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삼성물산이 성동·강동·용산 등 서울 주요 지역의 리모델링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삼성물산이 성동·강동·용산 등 서울 주요 지역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리모델링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11년 만이다.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매년 줄고 있는 주택사업 수주잔고를 채우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물량이 늘고 있는 리모델링 시장을 선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시공사로 유력시되고 있다. 금호벽산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24일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리모델링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곳은 앞서 두 차례 현장설명회를 진행했지만 모두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만 참여해 유찰됐다.

조합은 7월 열리는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이 팀을 꾸린 만큼 수의계약 안건은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벽산 리모델링은 성동구 금호로 100 일원 8만4502㎡ 부지에 기존 1707가구를 1963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강동구 고덕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도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고덕아남 리모델링은 기존 807가구를 928가구로 늘리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2700억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4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보증금 5억원을 지난주에 미리 납부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 현장설명회는 삼성물산만 단독으로 참여하며 유찰됐다. 앞서 GS건설과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도 오랫동안 조합사무실을 방문하며 눈도장을 찍는 등 수주 가능성을 피력했으나 막판 고사했다. 이변이 없는 한 삼성물산이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따내면 강동구 일대에는 기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3600가구)·‘래미안 솔베뉴도’(1900가구)와 함께 대규모 래미안 타운이 형성된다.

삼성물산이 리모델링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4년 강남구 ‘청담 래미안 로이뷰’, ‘래미안대치하이스턴’ 준공 이후 7년 만이다. 수주 전에 뛰어든 건 약 11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 경기도 분당구 야탑동 매화마을2단지 등 주요 지역에서 진행되는 리모델링 사업의 참여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물산이 리모델링 사업에 잇따라 뛰어든 배경으로는 줄어든 주택사업 수주잔고가 거론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는 전년 대비 8% 감소한 24조5248억원이다. 같은 기간 건설부문의 연매출이 11조7020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수주잔고가 넉넉지는 않은 편이다.

특히 같은 기간 주택사업의 수주잔고는 전년 대비 15.6% 줄어든 6조5262억원에 그쳤다. 이는 건설·상사·패션·리조트 등 각 사업부문이 통합된 현재의 삼성물산이 출범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2015년까지 연간 13조원 수준을 유지하다 2016년 말부터 12조원대로 떨어지더니 2017년 10조원대로 급감했다. 이후 ▲2018년 7조7351억원 ▲2019년 6조6290억원 ▲2020년 6조5262억원 등으로 꾸준히 줄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올해 공식 선임된 오세철 건설부문 대표이사가 주택 수주잔고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정비사업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 대표는 지난해 말 승진 발표 직후 수도권 일대 재개발 현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그동안 ‘준법경영’에 신경을 쓴 만큼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비사업 참여를 꺼려왔지만, 회사의 성장을 위해선 더 이상 미루기 힘들어졌다”며 “정비사업 중에서도 리모델링 시장은 최근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초기 시장인 만큼 과열 경쟁도 많지 않아 수주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선 규제가 강화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을 선택하는 노후 단지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선 리모델링 시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7조원 수준인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5년 23조원, 2030년 2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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