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불매운동 위력 체감···문제 있는 제품과 브랜드에는 경종 울려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방영중인 ‘조선구마사’가 연일 화제다.
해당 드라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판타지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존 인물인 태종과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나온다.
문제는 드라마가 조선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중국풍이 과도하게 가미됐다는 점이다. 기생집에서 중국 음식인 월병, 피단, 중국식 만두가 등장하고 사료가 명확한 기방과 의상, 칼 등의 배경과 소품을 중국풍으로 사용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드라마가 방영된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글이 게재됐고, 방송통심의위원회에 2일만에 2000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드라마 제작지원, 광고에 참여한 기업들의 리스트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불매 운동’ 움직임까지 나오자 관련 기업들은 재빨리 광고 손절에 나섰다.
협찬과 광고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조선구마사는 이틀 만에 ‘無광고 드라마’가 됐고, 제작진은 결국 결방 이후 재정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과거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반응에 무관심했으며 갑질과 횡포를 일삼았다. 어이없을 정도로 낮은 처벌 수위에 가격 담합은 으레 당연한 것이 됐으며, 허위과장 광고·품질 논란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여겼다. 정부가 관리감독을 똑바로 하지 못하고, 언론이 감시 역할을 소홀히 한 결과다.
그동안 참아왔던 소비자들은 이제 불매운동이라는 카드를 통해 제 목소리 내기에 나서고 있다. 불매운동은 남양유업 사태로 꽃을 피운 뒤 일본 불매운동에서 만개했다.
지난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시작된 노재팬 운동에 짐을 싸서 한국을 떠나는 일본 기업이 속출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는 불매운동 여파로 한국에 진출한지 16년 만에 철수했으며, 유니클로는 작년 매출이 40% 이상 감소했다. 일본 수입맥주도 노재팬 영향에 수입액이 전년대비 85% 급감했다.
자동차 업계도 노재팬을 피해가진 못했다. 닛산은 지난해 말 한국 시장에서 닛산 및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했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도 일본 불매운동 이후 줄어든 판매량을 아직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가격대가 높아 한번 구입하면 수년을 써야 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컸다.
노재팬으로 인한 일본차의 침체는 자동차 업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는 불매운동의 불모지로 불릴 만큼 각종 사건사고 소식에도 판매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각종 논란이 터질 때마다 할인과 신차를 통해 여론을 무마했으며, 실제로도 이 전략은 잘 먹혔다. 앞서 언급했듯 자동차는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작은 할인폭에도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은 다른 제품들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여기에 선호 브랜드도 한 몫 했다. 한 차량의 문제가 이슈화되더라도 다른 브랜드로 옮기기보다 그 브랜드의 다른 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차는 대다수 브랜드의 재구매율이 50%를 넘을 만큼 충성고객층이 두터운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 소비자들도 바뀌고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은 물론 각종 수입차 브랜드들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과거에 비해 선택지가 많아졌다. 또한 자동차 종류도 늘어나면서 문제가 있는 차량을 과감히 손절하더라도 고를 수 있는 있는 대안이 충분한 상황이다.
하자가 있는 제품과 브랜드는 할인에 현혹되지 말고 강력히 불매운동에 나서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소비자를 무서워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