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제자리 지적에 “나도 답답하다”
25일 제37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

25일 박정호 대표가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티타워 4층 수펙스홀에서 주주들에게 경영 성과 및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SK텔레콤
25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티타워 4층 수펙스홀에서 주주들에게 경영 성과 및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SK텔레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이 빠르면 다음달 중간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구체화해 발표하고 연내 실행에 들어간다. 웨이브, 11번가, ADT캡스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 추진 계획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25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티타워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분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게 중요한 책무”라며 “자회사뿐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합해보면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어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지배구조 개편은 올해 반드시 실행하겠다. 상반기도 아니고 곧 구체화 되는대로 세션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비해 연내 중간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년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현재 20%에서 30%로 높여야 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모회사로 지분 20%를 보유중이다. 중간 지주사 추진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로 10%(약 10조원) 확보해야 한다. 약 10조원에 달하는 현금 마련은 SK텔레콤에게 부담이다.

SK텔레콤 중간 지주사 전환 과정은 투자회사와 통신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중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 11번가 등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SK텔레콤은 이날 주총에서 ‘중간 배당’을 삭제하고 분기 배당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의결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매년 6월 말 중간 배당을 지급해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분기별로 총 4번 배당금을 지급하게 된다. 중간 배당은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으로, 중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줄어들 우려가 있는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박 대표는 “분기 배당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다는 평가가 있어서 전환하기로 했다”며 “예측 가능성 높아지고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IPO 추진도 본격화한다.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내년 ADT캡스, 오는 2023년에는 SK브로드밴드와 웨이브 등의 IPO가 예정돼 있다.

박 대표는 “원스토어 IPO 준비는 이미 다 됐다. 구글, 애플에 대항해 하나의 앱 마켓 사업자가 생기는 국가가 많지 않은데 (IPO로) 이런 성공 모델이 다른 국가에 전파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유동성이 좋을 때 자회사 IPO를 빠르게 추진하려고 한다. 원스토어 이후 ADT캡스, 11번가, 웨이브 등이 준비돼 있다. 다만 11번가는 합종연횡이 더 중요하다. 자회사 IPO가 구체화되는 시점은 거버넌스 발표와 맞물려 4~5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IPO가 진행되면 우리 주가가 오를지는 많은 검토를 하고 있다”며 “IPO를 진행한다는 것은 뜬구름을 잡는 것 같은 비즈니스모델이 자본시장에서 얼마로 인정받는지를 보여주는 의미라고 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대표는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주가와 관련해 주주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 SK텔레콤 주주는 “주가가 항상 박스권에 갇혀있다. 카카오의 주가가 3배로 뛰고 경쟁사인 KT도 어제부로 신고가를 경신했다”며 “지난해 주총 때도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는데 주주가치 제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가 많이 났다고 하는데 주주들에게 성과는 주가”라며 “뜬구름 잡는 얘기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주변에서도 주가와 관련된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나라고 답답하지 않겠느냐.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며 “주가와 관련해서는 모든 경영진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CT 회사가 가지고 있는 어려운 점을 잘 극복해서 올해는 반드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주총에서 유영상 MNO사업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윤영민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및 감사위원회 선임 등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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