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 성공률 95.4%···상장 후 주식매수하면 대부분 투자손실
공모주 장기보유 대신 '일단 팔자' 분위기···공모가 너무 높다 지적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공모주 투자가 성공률 높은 투자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신규상장한 기업 대부분은 상장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우하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모주 투자자로서는 장기보유 대신 상장 직후 주식을 매각해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을 놓고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면서 상장 당시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상장기업 대부분은 희망공모가범위를 초과한 수준에서 공모가가 확정되고 있다.
◇ 공모청약 ‘필승’ vs 상장주식 매수 ‘필패’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모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과 신규상장 종목을 장중 매수한 투자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상장한 22개 기업(스팩합병 제외) 가운데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기업은 씨엔투스성진뿐이다. 올해 공모주 투자자들은 상장 첫날 종가에 주식을 매도하면 95.4%의 성공률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반면 상장 첫날 해당기업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전날 종가기준으로 상장일 첫날 종가보다 주가가 오른 기업은 피비파마(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바이오다인 등 3곳뿐이다. 신규상장기업 주식을 상장 첫날 매수했다면 현재 손실을 보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 대부분은 상장 직후 주가가 최고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서고 있다. 투자자들이 ‘따상상’ 기대를 걸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도 상장 첫날인 18일 공모가(6만5000원)의 260%인 16만9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따상’에 성공했지만 상장 다음날인 19일부터는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날도 3500원(-2.43%) 내린 14만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모주 투자를 통해 이득을 챙기고 장기투자 대신 최대한 빨리 빠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상장 첫날 혹은 이튿날 오전 공모청약을 통해 받은 주식을 매도했으면 주당 10만원이 넘는 차익을 낼 수 있었다. 반면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주당 차익은 이날 7만5500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 공모가 책정 문제없나
일각에서는 최근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IPO기업들의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상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모가가 높게 설정되면 상장 이후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크게 줄어들고 투자자들이 신규상장 종목에 대한 매수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상장한 22개 기업 가운데 14개 기업의 경우에는 공모가가 수요예측 상단을 초과해 확정됐다. 투자자들로서는 당초 희망공모가 범위를 넘어서 책정된 공모가로 상장하는 종목에 대한 장기투자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던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모두 좋지 못하다. 올해 따상을 기록했던 종목은 선진뷰티사이언스, 모비릭스, 레인보우로보틱스, 오로스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5개인데 이들은 모두 주가가 상장 첫날 종가를 밑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상장 기업은 상장하면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오버슈팅’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보유가 목적이라면 상장 이후 주가가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주식을 매수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