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시장 일부 재건축 아파트 생활양식 확인 가능하다며 반대입장 불구 보존

서울의 한 재건축 건설현장에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한 미래유산 프로젝트로 아파트 두 동이 덩그라니 남겨져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서울의 한 재건축 건설현장에 아파트 두 동이 덩그라니 남겨져 있다. 보존가치에 대한 찬반은 물론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유지관리비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새로운 시장의 입에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비업계도 후보들의 공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정비업계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체제 하에 고도개발제한, 40여년 된 아파트 보존 등에 불만을 품어 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등은 이미 고도개발제한 해제를 공언했는데 오래된 아파트 존치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아 후보들의 입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중 이주 예정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잠실주공5단지 등 서울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는 낡은 아파트를 한 동씩 남긴 채로 재건축이 진행된다. 잠실주공5단지도 한 동을 남기고 재건축해야 한다. 이른바 흔적남기기는 서울시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과거 아파트를 통해 근현대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어 보존가치가 높다는 입장이다. 그러다보니 신축 단지 준공 후 단지 한복판에 주변경관과 어우러지지 않는 50년 가까이 된 아파트를 그냥 놔두는 형태가 됐다. 특히 잠실5단지의 한 동은 4층까지는 40여년 된 모습 그대로, 5층부터는 신축을 한다고 계획하는 아이러니함을 연출하기도 했다. 의무는 아니지만 재건축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보니 시행자 격인 조합으로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단지가 박물관도 아닌데 과도한 행정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단지에서는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민원과 국민청원을 제기해왔다. 흔적을 남길 만큼 특별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오래된 주택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시는 원형 그대로가 아닌 리모델링해서 보존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업계를 더욱 아연실색케 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하면서까지 보존을 하는 게 맞는지 그 당위성에 대해 관련업계 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라며 “그럼 사업의 연속성 없이 일부 단지만 피해를 입게되는 것일 수 있는 만큼 빠른 수정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간에는 오래된 건물 존치가 서울시가 2013년부터 추진한 미래유산 프로젝트의 일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미래세대에게 전할 가치가 있는 역사 자산을 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정치 역사, 시민 생활, 문화 예술 등 5개 분야에서 총 488개의 유산이 선정돼 있다. 

그러나 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옛것을 보존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당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이 인허가 과정에서 결정한 사안이지, 재건축 아파트 남기기는 미래유산 프로젝트의 일환은 아니다”라며 “실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권 침해 등의 논란이 클 수 있는 사안이라 미래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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