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정의’ 훼손 비판에 이례적 입장 발표
불기소 결론에는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 해명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검찰청이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재소자 위증 교사’ 의혹에 대한 부장회의 결론이 비공식 경로로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회의 논의 과정과 결론이 곧바로 특정 언론에 보도되거나 SNS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검은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 사전에 회의 개최가 공지된 점 등 고려할 사정은 있었다”고 단서를 달았다.

부장회의 결과 유출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부장회의에 참석한 한동수 감찰부장이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한 감찰부장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참석자들 모두 회의 결과를 외부에 누출하지 않기로 보안각서를 쓰자는 말까지 들은지라 감찰팀에게도 결과를 말하지 못하고 그저 수고했다고만 하고 퇴근했는데, 종료 10분 만에 소상히 특정 언론에 보도됐다”며 “고위검찰공무원 회의에서 법과 규정이 준수되지 않는 상황을 목도하고 보니 성실하게 윤리규정을 지키고 있는 일선 검찰공무원과 국민들께 검찰 직무의 바탕이 공정과 정의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지 참으로 민망하고 안타까웠다”라고 적었다.

박 장관 역시 22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외부로 유출하였다면 이는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형사사법작용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언론유출 등 절차적 정의가 훼손된 점을 합동감찰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도록 지시했다.

이날 대검은 “검찰 직접 수사에 있어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한 지적은 깊이 공감한다”며 “당시와 현재의 수사관행을 비교, 점검하여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합동감찰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검은 검사의 ‘재소자 위증교사’ 의혹을 불기소 결론 낸 것에 대해 “13시간 30분간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한 것이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지적한 ‘수사팀 검사가 참여’에 대해서도 “변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쟁점과 관련해 중요 참고인의 진술 신빙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대검은 지난 5일 이번 의혹 관련자들을 모두 혐의없음 판단했다. 그러자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과 한동수 감찰부장을 포함하지 않은 부부장급 연구관 회의서 논의한 점 등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대검 부장회의에서 재판단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대검은 지난 19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대검 부장 7명, 일선 고검장 6명 등 모두 14명이 참여하는 부장회의를 열어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대검은 기존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뒤 법무부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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