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지역, 공공재개발 공모 대상서 제외
창신동, 행정소송 준비···결과 따라 줄소송 우려도
서울시 난색 “중복집행 금지·정책 일관성 유지 원칙”

서울 종로구 창신동 골목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도시재생지역에서 공공재개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일부 도시재생지역에선 공공재개발에 공모에 제외된 것을 두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창신동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종로구를 상대로 신청한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 대상 제외 처분 취소 청구’에 대해 서울시행정심판위원회는 기각을 결정했다. 행정심판위는 “창신동은 이미 도시재생 사업 추진 지역으로서 공공 재정이 투입됐기 때문에 공공재개발을 진행하면 이미 투입된 매물비용이 돼 재정이 낭비된다”며 재정 투입이 안 된 지역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공공재개발이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추진위는 이 같은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은 공공재개발 공모에서 탈락한 이후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참여한 70곳 가운데 10곳은 도시재생 사업지였다. 하지만 창신동을 포함한 도시재생지역 10곳 모두 공공재개발 공모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시는 예산의 중복집행 금지와 정책 일관성 유지 등을 제외 사유로 들었다. 이후 종로구 창신동·숭인동, 구로구 남구로·가리봉동 등 도시재생지역들은 ‘도시재생구역 해제 연대’를 결성, 도시재생구역 해제와 공공재개발 참여 요구를 하고 나섰다. 업계에선 창신동의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역에서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시재생지역들이 공공재개발로 눈을 돌린 이유는 사업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도시재생 사업은 철거보다는 보존에 초점을 맞춰 주거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특성을 잘리는 정책이다. 창신동은 서울의 대표 노후 주거지역으로 2015년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선정됐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200억원 이상의 예상이 투입된 상태다. 이 중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금액은 104억원으로, ▲안전안심골목길 조성(21억원) ▲누리공간 조성(11억원) ▲공동이용시설 조성(72억원) 등에 사용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주거환경 개선이 미미할 뿐 아니라, 낙후 건물이나 골목이 보존되는 바람에 오히려 슬럼화가 심화됐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도지재생지역인 용산구 서계동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동의서를 모아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2017년부터 2차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됐지만 지난해부터 공공재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지원센터 건립이나 도로 포장, 벽화 그리기 등에만 집중해 주거 여건이 더 열악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달 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계동에 방문한 자리에서 한 주민은 “도시재생 사업으로 벽화만 그리다 말았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도시재생지역의 저조한 신축 주택건설 실적은 이들 지역의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도시재생지역 13곳이 첫 지정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이들 신축 건수는 모두 822건에 불과했다. 신축 비율은 평균 4.1%로, 서울시 일반 저층주거지 신축비율(6.1%)의 67%에 그쳤다.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 비율도 평균 59.2%에 달했다. 40년 이상으로 높이면 28.5%, 50년 이상 된 건물도 15.3%에 이른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창신·숭인, 상도 등 구릉지 지역에선 부분적으로 노후 빈집, 폐가 등 슬럼화되는 지역이 발생하고 있다”며 “90년대 고밀 개발된 주거환경개선지구 일대에선 주차장 부족 등 열악한 기반시설로 주거지 주변 환경의 성능이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서울시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도시재생 사업이 이미 진행된 사업지에 대해 공공재개발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공재개발을 진행하면 그동안 재생사업을 통해 마련된 시설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서울시의 기조에 따라 양 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