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공직자윤리법 개정 움직임···직계존비속 고지거부 막을 필요성도 제기
예외 두지 않으면 과도한 사생활 침해 우려도···"처벌 규정 강화 필요"

최창원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심자에 대한 구체적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창원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심자에 대한 구체적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공직사회에서도 재산공개 제도를 강화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개 대상 확대, 직계존비속 고지거부 근절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무위원 등 국가의 정무직 공무원, 1급 이상의 국가공무원, 공공기관장,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 등은 재산변동사항을 관보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재산 공개 대상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도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신고한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를 확인한 결과 공직자들의 일부 직계 존비속이 재산공개를 거부한 경우가 전체의 30%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부 사유로는 독립 생계를 드는 경우가 대다수다. 고위 공직자의 직계존비속이더라도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 생계자로 구분되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즉, 고지 거부가 불법은 아니다.

독립 생계의 월 소득 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져있다고는 하지만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명확하게 들여다보려면 독립 생계를 사유로 한 고지거부 범위를 좁히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공직자 재산공개는 직계가족까지 모두 신고하는 게 의무이지만 상당수 공직자들이 신고를 거부함으로써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애초 공직자들의 투명한 재산공개와 부당한 재산 증식현황을 심사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투기가 본인 재산만으로 추적이 불가능하고 가족 뿐 아니라 제3자까지 동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계존비속 재산 공개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남 국장은 “고지거부는 제도가 상당부분 실효성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직계존비속의 재산은 예외 없이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조부모와 친 자녀 같은 경우도 피부양자 범위에 속하지 않으면 고지거부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로인해 비리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작용이 있다”며 “고지거부와 고지제외 규정이 담겨있는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등록 대상 범위에 혼인한 딸과 자녀, 외가 쪽 조부모는 제외된다”며 “딸은 혼인하면 출가외인이라는 취지인데 옛날과 달리 지금은 딸과 외손주도 충분히 재산은닉 범위가 될 수 있다”고 언급, 직계존비속 공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재산등록에서 어떤 위법사항이 벌어졌을 때 대부분 경징계로 끝나버린다”며 “또 인력이 부족해 정밀조사를 할 수 없고 단속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위법행위를 해볼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계존비속의 재산 공개에 예외를 두지 않으면 과도한 사생활 침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경율 회계사는 “고지거부 제도를 아예 없애버리면 너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 애초 독립생계의 경우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나름의 취지는 있었다”며 “감시하는 입장에선 (재산공개 대상이) 많이 나오면 좋지만 애초의 취지를 몰각한 채 이번일이 터졌다고 모두 다 무조건 공개하자 이러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 공개는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사생활 공개의 측면도 있다”며 “직계존비속 뿐 아니라 4촌 이내로까지 확대한다고 하면 해당되는 분들은 너무 과도하게 프라이버시가 공개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조사 목적이라면 현행 제도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고지거부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만으로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공직자 재산등록 제도는 고지거부 외에 여러 문제가 있다”며 “공직자가 부동산을 차명투자할 경우 단순히 직계존비속으로 넘길 수도 있고 더 넓은 범위로 지인 차명도 있을 것인데 고지거부 만으로 풀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재산 등록 심사제도는 등록심사 중심으로 돼 있다. 재산 누락 여부에 초점을 맞추면서 재산 형성 과정의 심사는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공직자 재산의 증감 여부, 직무관련 정보 이용 여부를 보기 위한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외부 감시를 작동해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지라고 공직자 재산공개를 하는 것인데 등록하는 대상자도 제한적이고 공개하는 대상도 제한적이고 공개 방법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직급별 공개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고위공직자 중 4급 이상은 신고하게 돼 있고 이 중 1급 이상은 신고내역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박 의원은 “현재 공직자 윤리와 관련한 문제는 대부분 고위공직자들만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직위 고하에 관련없이 직무로 인해 알게 된 정보를 본인이나 제3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 악용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공개대상 공직자) 범위가 방대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겠지만 공직자가 돼서 정년이 보장되고 좋은 대우를 받는다면 사적이해를 추구하려는 모든 것을 막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직계존비속의 고지거부에 대한 견해에 대한 질문엔 “가능한 사전에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직급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고지를 하거나 일률적으로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걸 직급별로 고지 범위라든가 이런 부분을 한정해서 하위직 같은 경우 너무 고지범위를 넓히지 않고 범위를 좁혀서라도 고지를 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률적으로 재산 공개 수준이 정해하다 보니 범위가 굉장히 넓어져서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맡은 직무나 직급 별로 고지 범위를 차등화 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 국장은 “신고한 공무원 중 공개되는 건 0.5~1% 정도 인데 나머지 공무원들은 신고만 할 뿐 제대로 형성되고 신고된 것인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정밀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신고한 사람들의 자료는 다 공개하고 국토부 등 개발과 관련된 공무원들은 전원이 신고하고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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