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 카카오 제외하고 유력 후보 대부분 참여
쿠팡에 맞서기 위한 이커머스의 몸집 키우기···어느 기업이 빅3될지 관심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최근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으로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 예고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규모를 키워 반(反)쿠팡에 나서기 위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단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 유력 후보들이 대부분 참여하면서 1차 흥행을 거둔 만큼, 향후 이커머스 판도 변화에 관심이 모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전날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예비입찰에는 신세계그룹(이마트), SK텔레콤, 롯데그룹과 홈플러스 대주주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유력 인수 후보 중 카카오를 제외하면 대부분 참여한 셈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이 높아진 데는 쿠팡의 성공적인 미국 증시 입성이 있다.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100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한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로써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를 견줄 수 있는 규모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액은 2016년 8633억원, 2017년 9519억원, 2018년 9812억원, 2019년 1조954억원, 2020년 1조3000억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에서도 3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이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위가 네이버(17%)고, 그 뒤를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 11번가(6%)가 잇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커머스 3강 구도를 위한 싸움
유력한 후보인 신세계그룹·SK텔레콤·롯데그룹은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다. 예비입찰 단계이기 때문에 변수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실제 인수 의지가 크지 않아도 경쟁 업체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예비 입찰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신세계는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통해 오픈마켓 진출을 준비해왔던 기업이라 이베이 인수로 단숨에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는 전날 네이버와 지분을 맞교환하며 사업 협력에 나섰던 만큼 실질적인 비용 부담 없이 이베이 입찰에 나설 수 있다. 또 네이버의 기술, 물류 협력도 예고한 상태라 이베이까지 인수하면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자회사 11번가의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플랫폼 강자로 나서기 위한 행보로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여진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과의 협력을 성사시킨 만큼 SK텔레콤은 11번가를 중심으로 아마존과의 플랫폼 협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가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부진한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키울 수 있는 카드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현재 롯데온은 부진한 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롯데는 거래액 기준 27조6000억원으로 급부상해 네이버쇼핑을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느 기업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사실상 국내 이커머스 빅3(쿠팡·네이버·+α)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이라며 “쿠팡은 플랫폼 기업으로 방향을 잡고 공격 투자에 나서고 있고, 네이버는 국내 포털을 내세우며 국내 이커머스 양강구도를 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신세계, SK텔레콤, 롯데는 현재 상대적으로 쿠팡, 네이버 후순위에 있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몸집을 키우려는 것”이라며 “결국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쿠팡·네이버와 빅3 자리를 꿰차기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은 오는 5~6월쯤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