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사망사례 중 한 건”···유럽의약품청, 18일 백신과 혈전 관계 논의
감염병 전문가 “과학적으로 관련 적다”···이상반응 인정, 속도조절론도 제기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국내서도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예방백신을 접종 받은 후 혈전이 생성되고 사망한 사례가 확인됐다. 또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20개가 넘는 국가가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등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신과 혈전 생성은 인과관계가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과 관련, “현재 사망사례 중 한 건 정도가 부검 소견이 보고된 게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AZ 백신 접종을 받은 뒤 혈전이 생성됐다고 신고된 사람은 60대 여성이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로 알려졌다.
이날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관계자는 “(사망자는) 장기간 기저질환이 있는 분이고 의무 기록상 다른 사망 원인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있어 예방접종보다는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백신과 인과 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이 사망 당시 진료했던 의료진의 사인 판단은 흡인성 폐렴”이라며 “호흡기 계통 문제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과 외신에 따르면 현재 AZ 백신의 일부 제조 단위 물량이나 전체 물량에 대해 접종을 유보하거나 일시 중단한 국가는 최소 20개국이다. AZ 백신을 맞은 접종자에게서 혈전이 생성됐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사망 사례도 나오면서 유럽 국가들이 접종을 중단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럽의약품청(EMA)이 오는 18일 특별회의를 열고 AZ 백신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국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오는 23일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AZ 백신 ‘1호’ 접종자로 나설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이처럼 AZ 백신에 대한 안전성 논란에 대해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의학적으로 백신과 혈전 생성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 발언 강도에 있어서는 일부 차이가 있다. 하지만 혈전 생성과 별도 이상반응은 일부 인정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AZ 백신에 대한 연구가 없고 해외에서도 접종이 시작된 지 수개월 지난 상태”라면서도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은 인과관계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유럽의약품청이 18일 AZ 백신에 대해 논의를 하더라도 접종과 혈전 생성은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위주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호흡 곤란이나 출혈 등이 발생할 경우 병원을 찾아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가능하면 백신 접종 전 혈전검사를 시행해 관련 데이터를 다수 확보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천 교수는 “향후 국민들이 백신 접종 가능한 날짜를 고지해 사전 예약하고 주말 접종이 활성화되도록 추진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국민에게는 자율성을 주고 백신 접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국민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며 “주변에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혈전 생성에 영향을 준다는 데이터가 해외에도 없다”며 “AZ 백신도 혈전 생성과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정리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내용이 18일 유럽의약품청 논의에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백신 접종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AZ 백신의 안전성은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백신이 인체로 들어가 작동하는 기전 자체가 혈전 생성과는 관련이 없다”라며 “백신 접종과 혈전은 인과관계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지역 국가가 AZ 백신 접종을 중단할 여유가 없는데도 중단을 강행한 여파로 수천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며 “선진국도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유럽의약품청도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청이 밝힌 사망자의 경우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60대 여성 환자여서 다리에 혈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부검 소견과 기저질환, 병력 등 자료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은 인과관계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혈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코로나를 막기 위한 백신이 혈전을 생성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인과관계가 없으며 18일 유럽의약품청 논의에서도 이같은 결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질병청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어제까지 아무 말이 없다가 오늘 AZ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과 사망을 언급하면 그동안 사례를 숨긴 것처럼 오해 받을 수 있다”며 “관련 의혹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혈전 생성과 별도로 병원 직원들도 아스트라 백신을 맞고 3~4일 통증을 느끼고 있다”며 “오히려 접종 당일보다 다음날 통증이 심하고 고열과 부종 등으로 고생한다”고 전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대로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은 인과관계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접종 후 이상반응은 계속 나오지 않는가”라며 “국민들은 계속 불안감을 느끼는데 정부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