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시세에서도 확인돼, 재건축 단지 많은 자치구가 상승세 견인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전 국민을 분노와 허탈감에 들게 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임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반기는 곳이 있다. 민간건설사다. LH발 투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2·4 대책이 휘청이자 민간건설사로 다시 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불과 한 달여 전 공공주도 중심의 2·4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민간건설사의 역할 축소와 이에 따른 매출감소 우려가 커졌던 것과는 정반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식시장에서도 확인된다. 17일 에프앤가이드가 LH사태가 터진 이달 2일부터 15일까지 건설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GS건설(9.05%), 대우건설(8.06%) 등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다. 서울 내 민간 재개발, 재건축이 활발해지면 브랜드 파워에서 강점을 보이는 대형 건설사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LH 직원의 투기와 지구지정 철회 움직임, 이에 따라 사퇴하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시한부 임기 등에 대한 심리가 건설사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민간주도개발이 활성화되면 건설사 수익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민간주도개발 기대감 확산은 부동산시장 시세에서 역시 잘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주간 동향을 보면 상승폭은 전주와 같은 0.07%을 유지하는 가운데 양천구(0.11%), 강남구(0.09%) 등 자치구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시세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양천구 목동 5·11단지는 재건축 최종 관문인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목동은 지난달 우성2차 등에서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이에 앞서 삼성물산은 5·7·12단지에서, GS건설이 8·9·11단지에서, 현대건설이 10단지에서 재건축 사업설명회를 열 정도로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압구정동 중심으로 재건축 움직임이 활발한 강남구도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196㎡(구 65평형)이 64억원에 거래되는 등 대형평형까지도 평당 1억원을 넘보고 있다. 정비사업 호재를 품고있는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민간건설사에 우호적인 영업환경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대책 대부분은 토지주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LH 임직원의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토지주와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의지가 워낙 강하다보니 결국 민간 공급확대에 의지해야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틀 뒤인 오는 19일 서울시장 후보등록에 내달 7일로 예정된 재보선 일자까지 임박하면서 더욱 민간건설사의 수익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야권의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어 단일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정비사업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없다. 심지어 오세훈 후보는 “취임 일주일 이내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며 공언한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용적률 규제 완화, 시장 직속 주택공급조직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7층 이하 규제를 취임 100일 이내에 조례개정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 역시 “민간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여당 측 박영선 후보까지도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선 35층 이상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LH직원 투기 사태와 서울시장 야권 후보들의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이 맞물리면서 민간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건 맞지만 실현가능성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선거 후 일장춘몽이 될수도 있지만 정비사업 담당 영업부서는 작년보다 사업환경 개선에 기대감을 품는 분위기인건 맞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