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및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 우려에 이재용 부회장 해임 지적 나와
‘국민주’된 삼성전자, 온라인 중계에도 행사장에 900여명 몰려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일부 시민단체가 17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임원직 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수원컨벤션센터에서 52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포함해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해 사업부문별 경영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문에 답했다.

한 주주는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수감생활로 인해 출근형태만 비상근으로 변경됐을 뿐 여전히 삼성의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취업제한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부회장은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해서 회사의 상황,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주총 시작에 앞서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는 주총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과 사내이사 재선임의 적격성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중계가 병행된 이번 주총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해임 여부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에 대한 주주의 질문이 이어졌다.

◇달라진 주총 풍경…온라인 중계‧질의응답도

삼성전자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4개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사외이사 재선임과,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인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결정됐다.

17일 오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한 주주들./사진=윤시지 기자
17일 오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한 주주들 /사진=윤시지 기자

행사장에 직접 참석한 주주는 지난해 400명 대비 2배를 웃도는 90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증시 호황 속 삼성전자 주식 보유 투자자만 200만명 규모로 급증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총은 오전 9시부터 3시간가량 이어졌다.

지난해 주총과 마찬가지로 일부 주주들은 삼성전자 사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선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낮다는 지적이다. 또 마이크론과 같은 메모리 경쟁사가 기술 격차를 좁혀오는 것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사업에 대해 “미중 갈등과 환율하락 등 불확실성은 지속되는 반면, 경제 성장률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디지털 기술의 근간인 반도체 수요는 확대로 이어질 것이며, 메모리 영역에선 차세대 10나노급 D램과 V낸 등 선단공정으로 기술격차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스마트폰 사업, 기술 격차 지속할 것"

김 부회장은 대만 TSMC 등 경쟁사 대비 파운드리 사업 열위를 인정 하면서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선두업체에 비해 생산능력이나 대형 고객사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첨단 공정 경쟁력은 손색이 없으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생산능력은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적기 마련하고 경쟁에서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과 관련해선 폴더블 스마트폰 사업 전략과 함께 최근 심화되는 스마트폰 부품 수급난의 해결책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 부품 공급부족 상황에 대해 “현재 사업부에서 협력사들을 만나기 위해 바쁘게 출장을 다니고 있고 부품 수급을 위해 임직원들이 노력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100%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하긴 어렵고, 올 2분기에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경영엔 큰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회사 성장 동력을 위해 M&A 의지도 내비쳤다. 김 부회장은 “현재 M&A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탐색 중이며, 기존 사업 지배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높이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찾고 있다”면서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라 M&A 실행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전략적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개최된 수원컨벤션센터 앞에서 시민단체가 '이재용 부회장 취업제한에 대한 이사회 입장 및 대응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윤시지 기자
17일 오전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개최된 수원컨벤션센터 앞에서 시민단체가 '이재용 부회장 취업제한에 대한 이사회 입장 및 대응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윤시지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주총회에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처음 주주총회 온‧오프라인 중계를 병행했다. 주총에 참석한 경영진들은 현장 행사장에 참석한 주주들의 질문은 물론,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주주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했다.

주총 행사장은 현장 방문 주주들의 안전을 위해 방역조치가 철저했다. 입구엔 발열 측정부터 손 세정, 마스크 착용을 확인했고, 주주확인 단계에서도 발열 측정과 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했다. 모든 주주들에겐 손 세정제와 마스크를 지급했다. 주총이 열린 행사장 건물은 지난 5일부터 매일 방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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