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급등 후 급락하는 패턴 고착화
수요예측 단계에서 가격 발견 기능 회복 돼야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나선 SK바이오팜의 주가 흐름은 투자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른바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에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다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단번에 공모가(4만9000원) 대비 5.5배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신화적인 수익률에 이내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었다.

이는 IPO 최대어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올해의 경우 최대어로 평가받은 기업이 아니더라도 연이어 흥행 가도를 달렸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일반 청약 경쟁률, 청약 증거금 규모 등 기존의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웠다. 공모주를 사면 대박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지껏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모주 열풍의 한편에선 주가 변동성 확대라는 그림자도 존재했다. SK바이오팜은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어느덧 상장 첫날 시초가 부근까지 내려왔다. 카카오게임즈는 ‘따상상’(따상 다음 날 상한가) 이후 주가가 크게 내렸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따상 마감에 실패하며 한때 공모가 부근까지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올해 상장한 기업 16곳 중 대부분이 상장 첫날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곧 상장을 앞둔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주변을 보더라도 따상 첫날이나 다음 날 매도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오랫동안 동행하겠다는 공모주 투자자는 찾지 못했다. 우리사주를 쥔 회사 직원들도 수익 실현을 위해 퇴사를 하는 마당이다. 앞선 사례에서 학습한 것처럼 오래 들고 있다간 제대로된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결과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도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IPO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간극을 좁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IPO 시장은 상장 후 고평가와 저평가라는 극단의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를 이용하는 투기성 세력의 놀이터가 되곤했다. 이들이 빠져나간 뒤에는 무관심과 함께 공모주의 저성과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오죽했으면 갓 상장한 기업은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새내기주의 극단적인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선 기관 수요예측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기관들은 배정 받고 싶은 물량과 가격을 주관사에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각 기관은 스스로 분석한 적정가격을 제시하게 된다. 이렇게 모인 가격들을 통해 공모가가 산정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수요예측을 살펴보면 각 기관들이 제시한 가격은 천편일률적이다. 주로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 이상 가격에 호가가 몰리는 식이다. 올 들어 최근까지 상장한 기업 16곳 중 10곳이 특정 호가에 기관 수요가 80% 이상 몰린 경우였다. 최근 각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이 대개 1000곳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이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이는 결국 각 기관 마다 적정가 분석 없이 공모주를 받기 위해 최고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 거나 주관사의 공모가 밴드 설정이 잘못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수요예측이 각 기관 마다의 소신에 따라 진행 돼 가격 발견이 잘 되더라도 주가의 급등락은 나올 수 있다. 다만 공모주 투자에 나서거나 갓 상장된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신뢰도가 높은 공모가를 토대로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작동하게 된다. 보다 접근하기 쉽고 건전한 IPO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열풍에 바뀐 제도들이 올 들어 적용되고 있다. 넓어진 기회에 새롭게 투자에 나서는 개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당장은 파티를 벌일 수 있지만 언젠가 파티가 끝난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손해이며 나아가 기관 입장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다. ‘따상’의 신화가 무너지고 시장 왜곡이 길어질수록 파티는 더 빨리 끝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이제는 수요예측 단계에서의 제도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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