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증거금 63조···공모주 시장 재투입 전망
증시횡보에 개인투자자 주식매수 대신 공모주 투자에 집중
상장 첫날 공모주 투자 성공률 94%···지난해보다 '안정적' 투자처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청약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공모주 투자 전반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은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정체기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조금씩 주식투자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진행됐기에 향후 공모주 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들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공모주 시장은 지난해부터 ‘지지 않는’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역시 18개 상장기업 가운데 17개 기업의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다.
◇ 공모주 청약 열풍 확산되나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마감된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서 납입된 63조6198억원의 청약증거금 가운데 일부가 이달 진행되는 공모주 시장에 재투자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서는 일반청약자에게 583만7100주가 배정됐고 공모가 6만5000원씩 총 3794억1150만원이 일반청약 납입에 쓰였다. 청약증거금 가운데 납입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63조2404억원이 12일 청약자들에게 환급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12일 마감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라이프시맨틱스 일반청약에 다시 투입됐다. 라이프시맨틱스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1~12일 진행된 일반청약에서 공모규모 125억원에 청약증거금 2조7727억원이 몰리면서 경쟁률 1774.57 대 1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올해 상장한 18개 기업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
라이프시맨틱스는 기관투자가 의무확약비율이 3.78%에 불과해 일각에서는 청약흥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환급금을 받은 투자자들이 곧바로 청약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입금된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증거금은 16조2110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납입금 873억원을 제외한 16조1237억이 12일 환불됐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이후 공모주 시장이 한층 달궈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침체기에 빠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공모주 투자로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려 26조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증시가 힘을 잃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주식매수에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12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1조8983억원에 불과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증거금이 환불되면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2일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주식을 7787억원 가량 순매도했고 이날 순매수 규모도 6314억원에 그쳤다. 앞서 지난달 26일만 하더라도 개인들은 무려 4조1769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쏠림 현상이 일어날지는 이날부터 16일까지 일반 청약이 진행되는 제노코와 자이언트스텝의 일반청약 결과를 봐야 더 명확하게 판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노코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452 대 1, 자이언트스텝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692대 1을 기록했다.
◇ 공모주 투자, ‘지지 않는’ 투자전략
공모주 투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최근 부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18개 기업 가운데 씨앤투스성진을 제외한 17개 기업이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를 상회했다. 공모주에 투자해 상장 첫날 종가에 주식을 매도했으면 94.4%의 성공률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정해지고 가격제한폭인 30%가 상승하는 이른바 ‘따상’도 선진뷰티사이언스, 모비릭스, 레인보우로보틱스, 오로스테크놀로지 등 벌써 4번이나 나왔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2.5%에 그쳤던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피비파마)를 제외하면 수익률도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이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공모주 투자 성공률이 지난해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72개 기업 가운데 상장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기업은 14개 기업이었다. ‘따상’은 7차례였다.
올해 공모주 투자는 현재까지 투자수익률과 안정성 면에서 모두 지난해 결과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