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신고가 이후 주가 조정 국면
“업황 개선에 호실적 예상···추가 상승 여력 있어”
“실적 선반영···가치주 대비 기대 성과 낮아” 주장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빅사이클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시중 금리 상승이라는 시장 리스크 사이에 놓이면서 향후 주가 움직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황 회복에 따른 이익 증대라는 측면에선 결국 주가의 우상향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시장 금리 상승에 기술·성장주의 투심이 더욱 악화될 경우 주가 상승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 최고가 찍고 숨고르기 들어간 SK하이닉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던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최근 들어선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역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2.5% 내린 13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2일만 하더라도 사상 최고가인 15만500원에 거래됐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가파른 상승 후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SK하이닉스 주가가 가파른 상승 후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그동안 SK하이닉스 주가는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여 왔다. 시작은 지난해 11월 초로 당시 SK하이닉스는 7만9200원에 거래됐었다. 이달 초에 나온 최고가와 비교하면 90% 넘게 오른 것이다.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가까운 무거운 종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투자 심리가 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상승 흐름의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 기대감이 있었다. SK하이닉스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D램 가격이 반등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2.77달러 수준이었던 PC용 D램(DDR4 8기가바이트) 현물 가격이 이달 초 4.48달러 수준으로 61%가량 상승했다. D램 현물가는 기업 간 대량 거래 때 활용되는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SK하이닉스의 수익성 증대 기대감을 높여왔다.

그러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시장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둔화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달 말부터 급등 흐름을 보이다 이달 들어 연 1.6%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 10년물은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기대감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되는데,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 추세를 보이면 안전자산인 채권과 위험자산인 주식의 기대 수익률 차이가 줄어들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 이에 최근 1년 새 주가 급등으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 기술주와 먼 미래에 가치가 발생하는 성장주들이 특히 시장 금리 상승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기술·성장주로 금리 인상 리스크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 “호실적 예상에 주가 상승 여력”···“선반영 된 주가, 가치주 대비 기대감 낮아져”

일부 증권사들은 시장금리 상승 우려에도 SK하이닉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먼 미래의 기대 수익만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성장주와는 달리 SK하이닉스는 업황 회복에 따라 당장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시중 금리 상승에도 높은 기대수익률을 유지해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달 들어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올해 2분기 상승폭은 올해 1분기보다 클 것으로 기대한다. PC와 서버 수요가 강하고, 모바일도 코로나19로 인한 기저 효과가 나타나 수요가 반등 중”이라며 “본격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적 모멘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6만원에서 1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D램 계약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낸드플래시메모리 계약 가격의 반등 전환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1조6000억원에서 12조4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에 따른 보수적 투자 심리를 반영해 목표주가는 기존 제시 금액인 17만5000원을 유지했다.

반대로 SK하이닉스의 상승 흐름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업황 회복 기대감은 선반영된 데다 경기 회복 국면에 따라 국채 금리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지속해서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억눌린 수요가 분출되며 가치주 업종의 순이익이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고, 시장은 이미 저평가됐던 가치주들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반도체 업종을 두고 업황 회복 기대감이 선반영됐다고 해석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상승 기대감이 크다고 볼 수 없는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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