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총력 다 하겠다”···15일 0시 기준 382명, 휴일효과 분석
감염병 전문가 “4차 유행 시작, 이번 주말 1차 고비 예상” 전망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가 2주 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200명대를 목표로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보다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4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개최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정부는 향후 2주간 하루 확진자를 200명대로 줄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 총리는 이날 “수도권은 ‘특별 방역대책 기간’을, 비수도권은 ‘방역수칙 준수 특별기간’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은 것은 물론 500명에 육박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459명이었다. 6일 연속 400명대를 기록했다. 

이어 1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382명 늘어 누적 9만6017명이다. 직전일(459명)에 비해 77명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휴일효과가 반영된 집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 총리 언급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확진자 숫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주 후 신규 확진자 200명대는 가능성이 낮다”고 정리했다. 엄 교수는 “현 시점에서 보면 4차 유행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는 클러스터(집단) 없이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이 신경 쓰인다”며 “예상보다 더 많이 코로나19가 퍼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대형 집단에서 확진자가 주로 나온 반면 최근에는 소규모 집단 여러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양상이 걱정된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엄 교수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강력한 방역정책을 해야 하는데 현재도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방법은 백신접종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4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 상태에서 조금만 더 악화될 경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주말 확진자가 500~600명으로 증가하면 본격적으로 4차 유행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이같이 전망하는 근거 중 하나는 감염 재생산지수다. 실제 지난주 전국 감염 재생산지수는 1.07이다. 그 전주 0.94에 비해 상승했다. 감염 재생산지수는 확진자 한 명이 주변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수가 1 이상이면 ‘유행 확산’, 1 미만이면 ‘유행 억제’를 뜻한다.

그는 “정부가 다음 달 보궐선거를 앞두고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가다가) 선거 직전 4차 유행이 오면 정부가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인데 정부가 제대로 방역을 해야 한다”며 “카드가 많지 않은 정부가 딜레마를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주 코로나19 확진자는 늘었고 이번 주에도 확진자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2주 후에도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천 교수는 “현재는 (정부의) 방역정책이 마땅한 것이 없다”며 “정부가 일단 국민들 모임 자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들은 현재 상태가 가을까지 유지된다고 생각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가 400명 이상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감염 재생산지수도 1을 넘은 상태”라면서 “이미 지금으로부터 10일 전 확진자 증가 추세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상황은 지난해 11월의 데자뷰”라며 “조만간 신규 확진자가 500~600명 증가되고 향후 2주 동안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는 여론 눈치를 보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할 때 올리지 못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 경각심은 떨어지고 백신 공급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는 200명대를 언급하고 있으니 답답한 현실”이라며 “향후 정부에서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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