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변경으로 검찰 PPT 준비해 공소사실 설명
변호인단 “경영권 안정화” 강조···배임죄 적용도 반발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5개월 만에 재개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인단은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목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성수)는 11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 11명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전 재판부에서 임정엽·김선희 부장판사가 인사이동하면서, 검찰은 재판부 이해를 돕고자 PPT를 준비해 1시간 가량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6%를 가지고 있던 제일모직이 분식회계 등 영향으로 가치가 뛰어 오른 반면, 삼성물산은 공사 수주 등 실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치가 떨어져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전제다.
검찰은 “이재용과 미래전략실이 삼성그룹 지배권 강화 및 승계를 목표로 계열사를 총동원해 벌인 불법합병 회계부정 사건”이라고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을 필두로 미전실 관련자들이 승계 계획을 실행했고, 부정한 수단으로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손해를 가하는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는 게 공소사실의 요지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국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 관계자들이 합병에 경영권 승계의 목적이 없는 것처럼 거짓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승계계획이 담긴 일명 ‘프로젝트G’라는 문건을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은 이 사건 합병 모든 과정이 위법하다는 전제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며 “경영상의 합목적성과 안정화를 위해서 합병이 이뤄졌고 검찰이 한쪽 측면만 보고 공소를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합병 당시 주식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제일모직에 대해서는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바이오산업 가치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평가됐다는 삼성물산의 경우 국내외 건설업 시장상황이 악화되고 해외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막대한 손실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제시한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서도 “삼성그룹 쇄신안”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이 부회장 등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의 손해와 주주의 손해가 엄격히 분리되고 이사는 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은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사실관계에도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하다” “피고인들이 구속돼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과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해 달라”고 언급해 마라톤 재판을 예고했다.